“가슴 속에 맺혀있는 어머님이 싸주신 김밥 한줄”
“가슴 속에 맺혀있는 어머님이 싸주신 김밥 한줄”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12.20 17:33
  • 호수 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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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추억의 영상 제작하는 백철수씨

▲ ‘한국영상문화제전2017’ 행사에서 관객들이 뽐은 관객상을 수상하는 백철수씨
영화진흥위원회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는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이틀 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한국영상문화제전2017’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지역별, 연령별로 다양한 시민영상제작자들의 소통의 장으로 대표적인 시민영상축제의 장이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이번 행사에서는 시민영상 콘텐츠 콘테스트 부분에 출품한 전국 243여개 작품 중 본선 진출작 및 초청작 34편이 상영되며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받았다.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 영상제작 동아리에서도 이번 행사에 두 편의 작품을 출품했다. ‘어제오지 그랬슈’ 팀의 ‘서천 그리고 김밥 한 줄’과 영상제작동아리 ‘창’의 ‘뿌리’가 출품작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천 그리고 김밥 한 줄’이 관객투표로 결정되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 영상은 제작을 주도한 백철수씨를 만났다.
백씨는 지난해 여름 서천으로 귀촌해 현재 시초면 선동리에서 살고 있다. 경남 함안이 고향인 그가 서천으로 귀촌한 이유를 물었다.
“저의 고향은 낙동강 본류와 지류인 남강으로 둘러싸인 동네입니다. 어려서 보던 고향 모습을 서천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머님 품 같은 이곳 서천의 산천을 배경으로 미디어문화센터에서 영상에 관한 무슨 일이든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영상 매체와 관련이 깊은 만화가로서 작품을 제작하던 중이었다. 만화가로서의 일한 덕분에 그의 영상 작품들에는 그만이 보는 독특한 시각이 투영돼 있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서천 그리고 김밥 한 줄’은 사실 그의 경험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서천에 와서 ‘어르신들의 추억 영상’을 제작하던 중 어머님 생각이 간절했다. 그가 어머님 곁을 떠나 다시 먼 길을 간다고 나서자 어머니는 다 큰 아들에게 김밥을 싸주었다. 아들은 차마 그 김밥을 받아들고 나오지 못했다.
“이 못난 자식에게 무슨 미련이 있어 김밥을 싸준단 말인가.”
김밥을 뿌리치고 집을 나섰다. 그 뒤로 어머님은 세상을 뜨셨다.
“어르신들의 추억 영상을 촬영하며 한 시도 어머님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백씨는 가슴으로 눈물을 삼키며 촬영을 했다.

어르신들의 추억 영상은 살아 생전의 부모님의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이 기록물을 후손들이 두고두고 보면서 부모님을 기리는 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작품들이다. 그는 지난 해에 11편, 올해 9편을 제작했다.
“자식들이 그가 만든 영상물을 보면 도회지에서 살다가 고향에 와서 부모님을 뵙고 집 주변을 둘러본 모습과 달리 보여 놀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의외로 초라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과 가족들에 대해서 더욱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만드는 어르신들의 추억의 영상에는 이 땅 민초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년에도 그는 서천의 자연과 함께 이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 때마다 어머님이 주신 김밥 한 줄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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