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일고(一考)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일고(一考)
  • 칼럼위원 권기복
  • 승인 2018.01.16 23:32
  • 호수 8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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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이 서천 군민들의 모금 운동을 통해 ‘봄의 마을’ 광장 한 쪽에 세워져 있다. 필자가 사는 홍성에도 홍주성 역사공원지구 끝자락 ‘오관농협지소’ 맞은편에 세워져 있다. 이는 서천이나 홍성 주민들이 우리 역사문제에 대하여 깊은 뜻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동참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1000회를 맞은 2011년 12월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중심이 된 시민 모금으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세운 동상 작품이다. 소녀상은 높이가 130cm이며 치마저고리를 입고 짧은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군에 끌려갔던 14∼16세 때를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또 소녀상의 옆에는 빈 의자 하나가 놓여 있는데, 이는 할머니들의 고통에 공감해 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이후 국민 모금 등으로 전국 27곳과 해외 3곳에도 세워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모습은 저마다 약간씩 그 모습이나 표정 등이 다르지만, 기본 골격은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웠던 동상과 거의 일치한다. 20세기에 들어서 ‘대동아 공영’, 즉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 여러 민족이 화합하여 서양 제국주의 세력을 몰아내고 공동 번영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침략의 만행을 일삼았던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파렴치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위안부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자신들의 역사적인 오점을 감추기 위해 일본은 온갖 핑계와 구실을 내세워 왔으며, 전혀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국민의 뜻으로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것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동상이 곳곳에 세워진다는 것은 걸맞지 않은 행태로 보인다. 그 이유는 평화의 소녀상이 동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동상이라고 하면 특정 인물의 기념상을 의미하는 것이 보통이며, 한국에서 기념물로서의 동상이 세워지게 된 것은 서양식 조각기법이 전해진 한말 이후부터라고 한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신 세종대왕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부터 비롯하여 전국에 수많은 위인과 열사들의 동상이 모셔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나 우리 고장을 지키고, 사회 문화를 융성하게 발전시킨 분들의 공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는 우리들의 아픈 역사이지, 기념할만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 서천에 모신 소녀상은 밝은 금빛에 표정도 밝은 편이어서 부담이 덜하다. 그런데 홍성의 소녀상은 짙은 구릿빛에다가 표정도 어두운 편이어서 어둑한 무렵에 보면 섬뜩함을 느낀다. 우리들은 흔히 ‘어두운 곳에서는 귀신보다 사람 만나는 것이 더 무섭다.’는 말을 듣지 않는가! 다시는 일제와 같은 침략 행위를 저지르지 말고, 또 다른 위안부 만행이 없도록 하자는 인류 평화를 염원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필자도 적극 찬성한다. 그렇지만 두려운 느낌을 주는 평화의 상이 되는 것은 마땅치 않다.

예를 들면 서천이나 홍성, 예산 등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평화공원이 조성되고, 그 지역 주민들의 평화를 희구하는 마음을 담은 저마다의 상징적인 기념물을 세우면 어떨까! 건립 취지문에 수많은 외침과 징용, 징병 문제와 함께 위안부 문제의 아픔을 온 국민이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정리하면 어떨까? 과연 필자의 생각이 위안부 문제를 물 타기 하려는 것일까?

아무리 의로운 일을 한다고 해도 그 일이 격에 맞아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일본이 진심으로 참회하는 반성이 있어야 하고, 우리 민족에게는 생존해 계신 분이나 유명을 달리한 분 모두 역사적으로 아픔을 함께 나눌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 분들을 기념하는 동상이 아니라 바로 그 분들의 소망인 평화를 기리는 마음을 기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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