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의 대화’를 보며
‘군민의 대화’를 보며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8.01.16 23:40
  • 호수 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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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군 집행부는 각 읍면을 순방하며 주민들과 직접 대화에 나서고 있다. ‘열린 군정, 희망의 대화’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자가 직접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기회는 많지 않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라는 방식을 통해 자신을 대표할 사람을 선출해 그 사람에게 위임을 하는 것이다. 간접민주주의 제도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군은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집행부부의 장인 군수가 각 읍면을 돌며 군민과의 직접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긴 하지만 본래의 취지대로라면 이러한 제도는 더욱 잘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잘못 악용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이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우선 참석자 대부분이 마을 이장이거나 민원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 위주이다. 이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이들이 바라는 내용은 대부분 마을 안길 보수나 용·배수로 정비 등이다.

마을 주민들로부터 이러한 문제점들을 직접 청취를 하는 일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군정의 기본이 되는 정책에 대한 평가나 제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군정 현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방식대로 10년을 넘게 연초에 연례행사처럼 진행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산면에서는 한 주민이 나서서 “읍면 순방에서 우리 면은 제외해달라”고 했다. 우리 면의 문제는 우리 면 자체적으로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용배수로 문제나 마을 안길 보수 문제는 굳이 읍면 순방에서 일일이 거론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풀뿌리민주주의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지엽적인 문제로 면 단위에서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열린 군정, 희망의 대화’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걸며 해마다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출직 공무원의 차기를 노린 전략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읍면 순방 자리에는 많은 군의원, 도의원 지망생들이 나와서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기존의 의원들은 현역 특권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더 적극적이다. 비인면에서는 노골적으로 다음 출마를 의식해 발언하는 현역의원도 있었다. 이들 현역의원 대부분은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러 온 것인지 다음 선거를 의식해 얼굴을 알리러 온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인삿말을 통해 몇 마디 하고는 정작 주민들과 군수가 대화할 시간이 되면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우루루 퇴장해버린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이 이어져야 하는가. 유권자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바꾸어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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