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겨울부터 다가오는 미세먼지
■ 모시장터/겨울부터 다가오는 미세먼지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8.01.31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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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병상 칼럼위원
방병상 칼럼위원

최근 미세먼지 예보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다고 마스크를 챙기는 건 아니다. 개 당 수천 원 호가하는 공업용 마스크가 아니라면 미세먼지를 거르지 못하지 않나. 그나마 1회용인데, 더욱 꺼림칙한 초미세먼지는 거르지 못한다. 마음이 편하지 않기에 사둔 공업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 쉬기 다소 불편하다. 걷는 거리를 최소로 줄이는 방법을 찾는 데 그친다.

미세먼지 예보가 방송사마다 제각각이다. 어느 방송은 오후에 물러설 예정이라 예보했는데, 다른 방송은 아무 이야기도 없다. 그러더니 저녁 종합뉴스는 ‘나쁨’ 수준으로 악화될 테니 내일 출근할 때 마스크를 꼭 챙기란다. 어떤 마스크를 말하는 겐가? 미세먼지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앱이 있다지만 휴대폰에 깔지 않았다. 그 역시 정확하다고 믿지 않는 까닭인데, 뉴스를 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측정기들이 대부분 사람들이 숨 쉬는 높이인 지상 1.5에서 10미터 사이보다 훨씬 높게 설치돼 있다는 게 아닌가.

측정기가 엉뚱하게 설치된 사례는 미세먼지 뿐이 아니다. 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인 지역의 먼지 측정기가 마을과 동떨어진 곳에 있다며 항의하는 주민들은 미세먼지 측정기가 서울숲 한 가운데 있는 뉴스를 보고 놀라지 않을 것이다.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측정기를 엉뚱한 곳에 설치하고 측정된 수치를 호도하거나 왜곡하고 싶을 것이므로. 방사성 물질, 다이옥신 농도가 국가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휴일이었다. 미세먼지 농도가 저녁부터 나빠질 예정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오후에 집을 나섰다. 만보를 걸으려 동네를 걷는데 목이 컬컬하고 눈이 따가워진다. 예민한 건가? 지례짐작을 한 걸까? 기침이 자주 나오려하니 중간이 돌아왔다. 새벽부터 높아진다는 예보를 믿고 저녁 먹고 나선 오늘, 겨울밤 공기가 상쾌했기에 만보를 채우고 돌아왔는데, 속았다. 내일은 더욱 나빠진다는 게 아닌가.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받지 않겠단다.

서울시는 승용차 사용을 억제해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요량인 모양이다. 서울시민들은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겠지만 인천은 아니다. 승용차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 저감장치 없는 대형 화물차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서울시의 이번 정책은 미세먼지 감소보다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높이는데 기여할 거로 보이는데, 그 정도 정책으로 미세먼지가 얼마나 줄어들까?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다량 유입되는 건 분명 사실인데, 우리 대책은 여전히 마스크뿐인가? 미세먼지 때문에 큰 고통스런 곳은 정작 중국일 것이다. 최근 중국은 미세먼지의 주범인 난방용 석탄 사용을 중단시켰다고 소식통은 전한다. 석탄을 대신할 천연가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일이라 당황하는 시민들은 추위에 떨거나 강력히 항의한다는데, 덕분인지 관광객은 예전과 다른 공기를 맞게 되었다고 소식통을 덧붙였다. 그래도 중국에서 미세먼지는 막대하게 날아온다. 중국 동해안에 밀집한 석탄화력발전소까지 가동을 일제히 중단한 건 아닐 테니까.

난방에서 미세먼지가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는 도로를 탓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만큼은 아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된 당진은 빨래조차 못 널 정도라는데, 당진 못지않게 많은 인천은 겉보기 맑다. 저감장치가 철저하기 때문이라지만 초미세먼지는 사정이 다르다. 눈에 띄지 않아도 피해가 치명적인 초미세먼지는 현재 전혀 차단할 수 없다. 인천 300만, 수도권 2000만 인구의 폐를 향해 마구 배출되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석탄화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초미세먼지 예보는 아직 없다. 정밀한 측정기가 개발되기 전이라 시기상조라는데, 연탄을 멀리하며 먼지를 줄인 우리는 초미세먼지를 피할 방법이 없다. 이 겨울, 정확하지 못한 미세먼지 예보에 의존하며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걷는 거리를 최소화하거나 난방 철저한 실내에 머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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