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하구는 아직도 어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
금강하구는 아직도 어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02.28 14:12
  • 호수 8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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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면허도 불가”…생계 막막한 실뱀장어잡이 어민들
만조 때 금강하구 모습
만조 때 금강하구 모습

뱀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강으로 올라와 성장하는 회유성 어류이다. 한반도에 회유해 오는 실뱀장어는 필리핀 남쪽 바다 수심 2000m 이하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에서 깨어난 뱀장어는 2~3년에 걸쳐 어미가 자란 강으로 되돌아오며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을 만나면 댓잎모양에서 5~7cm 길이의 원통형으로 모습을 바꾼다. 이를 실뱀장어라 부르며 어민들은 이를 잡아올려 양식장에 팔아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금강하구는 이러한 실뱀장어의 국내 최대 포획지였다. 영산강, 낙동강, 섬진강, 강화도, 아산만 등지에서 잡히는 실뱀장어의 총량은 8톤 정도였는데 금강하구에서만 2톤 정도가 잡혔다.

강과 바다를 단절시킨 하굿둑으로 바다 환경이 변해갈수록 포획량이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고소득을 올리던 금강하구 어장은 토사가 쌓이며 그물을 설치하기 어렵다.
해마다 3월이면 실뱀장어잡이가 시작된다. 이곳에서 실뱀장어잡이를 하던 어민들 45세대 가운데 20여세대는 면허없이 당국의 묵인하에 실뱀장어를 포획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이들 철퇴를 맞았다. 관계 당국이 불법 어로 단속에 나선 것이다.

항로로 지정된 수역이어서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충남도, 항만청, 해양경찰, 서천군 해양수산과 등 관계 당국의 입장이다.

토사가 쌓인 곳을 가리키는 박연풍씨
토사가 쌓인 곳을 가리키는 박연풍씨

장항항 물량장에서 만난 박연풍 전 원수어촌계장은 “당국이 한시면허라도 내주어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할 대책을 세워주어야 할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진호 서천군청 해양수산과장은 “어민들의 형편을 잘 알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며 난감해 했다. 항로 밖에 구역을 정해 한시면허를 내주려 해도 토사가 쌓여 정치망을 설치하기 어렵고 아시레섬 부근 동개야수로는 일반 어선들과의 충돌위험이 커 허가를 내줄 수 없어 더 연구 검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넓은 수역의 기수역에 다양한 어족자원으로 수산업이 번창했던 금강하구였다. 그러나 1991년도 바다와 강이 남남이 되며 재앙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어민들은 어업을 포기하고  장항의 인구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박연풍씨는 부선박선착장으로 공유수면점사용 허가를 내주었지만 뻘 속에 묻혀있어 물길을 가로막아 토사가 쌓여가고 있는 뻘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금강하구는 아직도 어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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