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농민수당으로!
■ 모시장터-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농민수당으로!
  • 칼럼위원 최용혁
  • 승인 2018.06.15 14:18
  • 호수 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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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의 가치를 돈으로 바꿀 때 잘 따져봐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위자료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 배상으로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면제되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어느 정도의 보상 또는 배상을 말하는 것이지 책임과 의무의 면제는 아니다. 돈 몇 푼으로 “자, 이제 됐지?”, “벌금 내면 되잖아!” 하는 것들이 피해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눈꼴시고, 복장 터지는가.

둘째, 돈으로 환산되는 액수가 크기만 하면 가치나 명분 정도는 별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다. 몇 푼 더 찔러 주면서 “미안하다. 없던 일로 하자”, “잘 좀 봐 줘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거래를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프로의 덕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돈 액수가 중요한 것이지 갖다 붙이는 이름 정도야 겉으로 아름다우면 그만이다. 논농업 직불금이 쌀소득보전 직불금으로 그 명칭을 달리 하면서 우리는 홍수조절, 환경보존 등 논의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쌀값과 바꿨다. 2005년 당시에는 똥값도 안 된 쌀값을 회복하는 것이 절실했다. 당연히, 주머니에 몇 푼 더 들어 왔다. 명분은, 항상, 있다.
역시 가격이 중요한 것이고 예산의 총액이 중요한 것이다. 무엇을 팔았는지, 무엇을 샀는지는 나중 문제이다. “그래서 얼만데? 얼마 줄 수 있는데?”하는 것만이 유일한 질문과 답이다. 무논의 개구리 소리, 산골 밭의 소쩍새 소리를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셋째, 돈을 주고 나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도 돈으로 이미 다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농촌진흥청의 2012년도 자료에 의하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166조원에 달한다. 농민이 농사를 짓고 살면서, 또는 농촌에 거주하면서 생기는 공공의 이익이다. 환경보존과 경관, 문화와 농촌 활력 그리고 식량 안보에 대한 것이다. 농민이 생산하는 공공성이므로 농민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 따라야 한다. 농민수당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가격이다.
다만, 백만금을 줘도 바꾸거나 살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농민의 품격, 농촌의 품격과 관련된 것이다. 하늘과 땅, 자연에 대한 탐구, ‘저문 강에 삽을 씻는’ 마치 의식 같은 것, 그것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인데, 이마저도 곧 이미 팔린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정확한 내역을 모르면 또 그렇게 당하게 된다.

많은 가치들이 대부분 돈으로 환산된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약속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무엇을 팔고 얻은 것인지, 어떤 대가인지 잘 모르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농민수당 얼마’ 하는 구호보다 먼저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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