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선장 가는 길
사설-도선장 가는 길
  • 편집국
  • 승인 2018.06.15 14:19
  • 호수 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강하구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 옛날에는 용당진, 또는 용당포가 서천에서 가장 큰 포구였다. 장암리의 전망산과 장암진성이 군사적 요충지이자 내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면 용당포는 해양문화와 내륙문화가 만나는 접점이었다. 그래서 용당산을 중심으로 한 원수2리는 서천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예로부터 군산을 오가는 나룻배가 있었으며 1960년대 초까지 도선장은 이곳에 있었다.

용당산은 용왕제를 지내던 당집이 있는 곳이다. <고려사>나 <세종실록지리지> 등의 문헌에도 기록되고 있는 용당진사(龍堂津祠)는 바로 이를 가리킨다. 백제시대 기록은 없지만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 정부가 주관해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용당단’이라는 제단이 있었다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 때 웅진명소(雄津溟所)로 지정돼 용왕제를 지냈으며 웅진에서 향과 축문이 내려졌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서 기우제도 지냈다고 전한다. 지금도 정월 초에 장항 물량장에서 풍어제를 지낼 때면 용당산에 먼저 올라 제를 지내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도선장이 창선리로 옮겨가며 수십년 동안 군산과 서천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렀다. 많은 서천 사람들, 특히 장항사람들의 숱한 애환이 이곳에 숨어있다. 2006년 뱃길이 완전히 끊기며 도선장은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되었다.

2009년 군은 16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도선장해상기반확충 사업을 벌였으며 이 사업의 일환으로 그 중심에 배를 형상화 한 외모를 갖춘 화장실을 지었다. 2011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 화장실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고 관리 부실로 언론의 지적을 받아오다 최근 군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이 철거를 완료했다.그런데 담당부서인 환경보호과에서는 철거한 자리에 7000만원을 들여 다시 화장실을 짓겠다고 한다. 관리 부실로 10년도 안된 화장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거액을 들여 또 화장실을 짓겠다는 것을 보면 얼마나 안이하고 무책임한 군 행정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으려면 다른 곳에 지으라는 것이다. 더구나 군 문화관광과에서는 국도비의 지원을 받아 ‘도선장 가는 길’이란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선장 매표소자리와 지근거리인 화장실 자리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중심이 되는 위치이다. 그 요지에 화장실이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