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오감(五感)의 숨은 힘 - 바다쓰레기와의 전쟁 (이제나 저제나...)
■ 모시장터/오감(五感)의 숨은 힘 - 바다쓰레기와의 전쟁 (이제나 저제나...)
  • 박자양 칼럼위원
  • 승인 2018.08.14 15:31
  • 호수 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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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양 칼럼위원
박자양 칼럼위원

      언젠가부터 반가운 벗이 찾아오거나 이웃들과의 나들이를 도모할 때면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한 밥집을 찾는다. 어부인 밥집주인이 당일 새벽에 잡아온 신선한 해산물을 주된 식재료 삼아 차려지는 건강한 밥상은 요즘 같은 세상에선 그 자체로 귀한 대접이 된다. 맛난 밥상을 비우고 밥집을 나서면 바다는 집 앞뒤로 색다른 풍광을 펼쳐놓고 산책을 원하는 식객들의 시선을 잡는다. 밥집 앞에 펼쳐진 적당한 크기의 찰진 갯벌이 갯내음을 한 것 뿜어낸다. 그 가장자리를 에두르는 앙팡진 방조제 겸 작은 선착장이 땅 끄트머리까지 이어지며 눈길을 먼 바다로 향하게 하는 반면, 밥집 뒤편을 멀찌감치 돌아 또 다른 바닷가로 걸음을 옮기면 눈이 부시도록 뽀얗고 아담한 백사장이 펼쳐진다. 좁고 가느다란 땅줄기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전혀 다른 바닷가를 품고 있는 것이다. 전국해안을 몽땅 뒤져도 보기 드문 환경을 이 곳 서천의 작은 바닷가마을은 귀하게도 갖추고 있다.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십 수 년 전 동해의 어느 항구에서 무작스런 방조제로 가로막혀 푹 썩은 어항을 되살리기 위한 몇 가지 실험이 진행됐었다. 그 결과물을 이제는 새로 건설되는 방조제의 축조방식에 적용하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방조제 안쪽에 갇혀 자리한 육지경사면과 만나는 갯벌 여기저기에 생명들이 꿈틀댄다. 과거 어느 시절처럼 온통 썩어 나자빠져 악취가 진동했던 그런 모습이 더는 아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어 방조제 끝머리를 돌아 다시 밥집으로 되돌아오면 대강 반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맛난 밥 덕분에 식탐을 이기지 못해 좀 더 산책이 필요하거든 이번엔 밥집 뒤편의 백사장이 아름다운 바닷가로 걸음을 옮겨도 좋다.

      헌데 이리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눈길이 애써 외면하는 무엇이 있다. 어디 눈길뿐인가. 상상속 바닷내음은 온데간데없이 틈틈이 악취가 진동하고, 돌 틈 사이에 끼인 스티로폼 조각들은 서로 부대끼면 괴이쩍은 소음을 만들어낸다. 부드러운 모래 감촉이 좋아 신을 벗고 백사장을 걷던 발은 깨어진 소주병 조각에 테러를 당하고 결국은 피를 보고 만다. ‘바다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환경의 보호가 주제로 등장하는 대개의 공익광고나 환경운동 가운데 단골로 등장하는 문구다. 무수한 상업용 광고의 단순한 광고문안 정도로 밖엔 치부되지 않는 것인지, 적지 않은 세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관련 소식들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수많은 자료들은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그 자체로 무덤덤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방관하는 동안 바다는 점점 더 이물질들로 뒤섞여지고 전문가들이 내 놓는 자료에 표기된 수치들은 일반인들로선 감도 잡기 힘든 더 미세한 규모로 치닫고 있다. 인간의 감각능력을 넘어선 차원의 오염이 진행되고 있음이다. 개선방법은 제시됐어도 제도가 따르지 못한다. 미비한 제도를 탓하며 악습은 지속되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우리 모두는 이 불편한 현실을 애써 하지만 아주 익숙하게 외면해버린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땅이든 바다든 공기든, 지구환경의 오염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다. 하루아침에 어찌할 수 있는 그런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정부정책이나 특정 단체들의 활동에만 기댈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미세한 단위의 오염은 차치하고라도 우리 모두가 가진 오감을 빌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눈에 거슬리고 악취를 풍기고 우릴 다치게 하면 우선 그것들을 치우는 일부터 시작하자. 아니 애초에 분별없이 아무데나 버리는 습관부터 바꿔보면 좋겠다. 나아가 버려질 것을 덜 만들고 덜 쓸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환경보호는 그를 위한 거창한 기치를 내 걸고 수선을 떨지 않아도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 우리 모두는 이미 충분히 그 방법을 알고 있다. 가뭄까지 겹친 올 여름 같은 무더위에 물을 아껴 쓰는 것 또한 서로에 대한 배려이자 바다를 포함한 우리의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렇게 아끼고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국민의 혈세를 물 쓰듯 하는 국회의원들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여건에 관계없이 물을 마음껏 쓰고 그 물이 모여 든 깨끗한 바다에 마음 놓고 뛰어들며 즐겁게 살 날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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