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적폐청산은 어디로 갔나
모시장터-적폐청산은 어디로 갔나
  • 칼럼위원 정해용 시인
  • 승인 2018.12.28 10:02
  • 호수 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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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촛불정국 이후 두 해가 지나갔다. 그동안 ‘적폐의 몸통’으로 여겨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거쳐 사법심판을 받고 있고, 전전 대통령 이명박씨도 재임 중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구속 수감되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한국은 ‘개혁정국’으로 들어섰다. 여러 가지 개혁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남북간의 긴장을 완화한 일이다. 남북 분단 이후 최초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위원장 간에 북미정상회담이 있었고, 남북한의 두 지도자는 판문점과 평양 등에서 세 차례나 직접 회동했다. 역사가 급물살을 타고 새로운 환경으로 접어들었으며,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급격한 지형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올 여름을 지나면서 이 급물살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남쪽 방문이나 제2차 북미회담에 대한 큰 기대는 여러 가지 구실로 늦춰지고 있으며, 변화의 물결은 아연 진정세로 돌아섰다. 이대로 멈추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돌아보면 남북의 화해는 여전히 주변 국가들이 바라는 상태가 아니었고, 국제사회의 그 누구도 감히 빠른 진전을 예상치 못하는 상태였다. 꽁꽁 얼어붙은 경색상황에서 물꼬를 트고 빠른 변화를 가져온 것은 문재인 대통령 한 사람의 결기였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른 이후 70년이 가깝도록 남북 간 대결상태가 해소되지 못한 것은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 탓이 컸다. 동서냉전 기간에는 중국 소련 등 공산권과 구미 서방권 사이에서 남북한으로 갈라진 한반도는 일종의 접촉점과 같은 곳이었다. 동구권도 서방권도 함부로 포기할 수 없는 요지였으므로 남북통일을 원치 않았다는 얘기다. 

남북한은 2000년대를 지나면서 스스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상호 협력과 왕래의 길을 열었으나, 보수 정권 10여년을 지나는 사이에 상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북한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이 문을 닫았으며, DMZ를 사이에 두고 상호 비방을 재개했는가 하면, 북한은 김정은 집권과 함께 빠른 속도로 핵폭탄과 미사일을 개발하여 세계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평창에서 열린 세계 동계올림픽이 사실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제대로 치러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반도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상태를 극적으로 반전시킨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였다. 북한을 동계올림픽에 참가시키고, 이를 시발점으로 삼아 북미 대화를 주선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 그야말로 드라마처럼 놀라운 변화가 이루어졌다. 트럼프나 김정은, 혹은 이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 문재인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거론될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그런 추진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집권 직후 70~80%에 도달한 높은 국정지지율이었다고 할 수 있다. 80%라는 탄탄한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되는 일은 누구도 감히 막아서기 어렵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중국 누구도 방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부정적 평가보다 낮은 40%대로 떨어졌다. 보수적 매체가 여론조사기관에 맡겨 조사한 최근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42.9%로 부정평과 52.8%보다 무려 10%포인트나 낮다.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처음으로 낮아졌다고 보도한 지 1주일만이다. 

기득권의 적폐청산을 내걸고 출발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동력은 국민여론의 지지가 유일한 자산이다. 그 지지율이 유지되지 못하는 한 대북관계의 동력도 약화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이제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을 따져봐야 할 단계다. 재벌그룹과 부자들을 위시한 기득권의 환심을 얻으려는 어정쩡한 정책들과 적폐청산 및 제도개혁의 느린 속도가 불만인 민심 사이에서 대통령은 청렴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과연 경제난만이 지지율 하락의 진정한 원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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