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 산책 / 공부에 끝을 본 사내 범수
■ 송우영의 고전 산책 / 공부에 끝을 본 사내 범수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3.20 14:55
  • 호수 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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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시민기자
송우영 시민기자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 38文章. “자왈子曰 유교有敎면 무류無類니라공자는 말한다. 가르침이 있으면 종류가 없다. 논어를 읽다가 숨이 억 하고 막혀오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부분이다.

임금의 나라인 제국帝國의 논어가 국민의 나라인 민국民國의 논어로 치환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말 중에 유일하게 군주에게 반기를 든 말이 이 부분이다. 다시 말해서 이 문장은 심하게 말하면 틀린 문장이고 좋게 말하면 고전문법에서 말하는 확정된 구어句語가 없는 문장이다.

이 말씀의 열쇠 말은 . 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아성亞聖 맹자나 차성次聖 순자는 류에 기울어진 마음을 싣는다. 곧 편애다. 그 결과는 위험했다 인간은 날 때부터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과 인간은 날 때부터 악하다는 성악설性惡說이 그것이다. 사람의 성품을 이런 식으로 편 가기르는 위험하다. 이 점이 이들이 결코 성인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반기를 들고 나온 인물이 주자다. 즉 좋은 놈 나쁜 놈 이런 식의 형용사적 인간이 아닌 흙수저가 됐건 금수저가 됐건 상관없이 실천적 인간으로 읽어낸 것이다. 그 중심에 공부. 즉 교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금수저도 공부하지 않으면 곤두박질칠 수 있고 흙수저도 공부하면 인생 역전할 수 있다는 게 주자의 해석이다. 이를 종학宗學의 반열로 끌어올린 인물이 우암 송시열이다. 그는 주자의 선과 악을 포함한 류에 빈부貧富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의 제자 한수재 권상하는 귀천을 더했고 그의 강동팔학사 남당 한원진은 류에 대한 최종판을 내놓으며 가르침 교에서 류는 선악빈부귀천善惡貧富貴賤 모두를 포함한다 했다. 쉽게 말해서 선한 사람이든 불선한 사람이든 부자든 가난하든 귀하든 천하든 관계없이 가르침이 있다면여기까지가 공자가 말한 자왈子曰 유교有敎 무류無類 즉 편애 없는 가르침인 것이다.

종래의 해석인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다라는 해석은 소극적이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 뒤에 나오는 말이 자한편子罕篇 28文章 공자의 울음 섞인 독백이다. “공부한 사람은 지혜가 있어 이루지 못할 일에 현혹되지 않으며<지자불혹知者不惑>” 이 해석은 조조가 공부하지 않고 벼락출세해 느닷없이 개죽음당한 하진 대장군이 죽었을 때 측근에게 한 말이라 전한다. “공부한 사람은 인함이 있어 종교적인 문제로 번민이나 근심하지 않으며<인자불우仁者不憂>” 이 해석은 주원장의 처 마각태후馬脚太后가 주원장이 사파인 명교明敎로 번민할 때 해준 말이라 전한다. 공부한 사람은 용감하기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용자불구勇者不懼> 이 말은 진소양왕昭讓王때의 재상 범수范睡가 한 말로 전한다.

범수는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흙수저 축에도 못 드는 인생의 가장 낮은 바닥에서 오로지 공부만 해서 공부만으로 공부의 끝을 본 남자 중의 남자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 깡그리 통틀어서 마지막까지 가장 곱게 제명을 다 살고 죽은 인물 하나를 꼽으라면 범수가 유일하다. 그만큼 똑똑했다는 말이다.

그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구절이 바로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 28文章인 것이다. 한때 범수 몸에 오줌을 갈겨 그에게 온갖 모욕을 주어 그를 죽이려 했던 위나라 천재라 불리는 중대부 수고須賈는 범수에게 눈물로 목숨을 구걸하러 가는 과정에서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측근에게 범수에 대한 인물평을 이렇게 한다. 범수는 모르는 것이 없으며<천하무불지天下無不知> 어쩌다 혹자라도 범수를 뛰어넘을 수도 없으며<하혹무월수何或无越睡> 처음과 끝을 아는 자는 범수가 유일이다.<시종지유일자이범수始終之唯一者耳范睡> 범수는 실로 두렵고 또 두려운 자다.<공첩구야恐疊懼也>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문제는 나를 유혹하는 것이요<> 내일의 문제는 나를 근심하게 하는 것이요<> 모든 날의 문제는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은 일평생 혹. . 에서 허우적대다가 인생 종친다 뜻이다. 논어가 주는 협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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