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책소개 / (13) ‘2미터 그리고 48시간’-유은실 작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 / (13) ‘2미터 그리고 48시간’-유은실 작 
  • 문영 작가
  • 승인 2019.03.27 15:43
  • 호수 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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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되어 깨닫는 인생 

 

‘2미터 그리고 48시간’은 ‘유은실 작가의 청소년 투병 및 성장소설이다. 

책 제목이 특이했다. 배낭을 짊어진 여학생이 줄자를 들고 2미터를 유지하려는 표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5년 전 딸아이가 갑장선암 수술을 받은 일이 생각났다.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가며 나더러 제 집에 와서 이틀 동안만 아이들을 돌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의 ‘이틀 동안 격리’라는 말이 바로 ‘2미터 그리고 48시간’이었다. 

‘나는 그레이브스병 환자다’라는 문장으로 글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중학교 1학년 때  병 진단을 받았다. 부모는 이혼했고 화자는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엄마, 남동생과 같이 산다. 아빠는 신용불량자로 직업이 없으며, 곧 양육비를 입금하겠다는 공수표만 날리지만 마음은 따뜻하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 좋아했던 나에게 병증이 나타난다. 열이 화끈 달아오르고, 쓰러질 만큼 피로하며, 눈이 튀어나오는 증상이 생긴 것이다. 병원에서 갑상선의 기능이 항진되는 그레이브스병 진단을 받았다. 엄마는 약물로 완치될 것이라 확신했고 의사는 불신한다. 병세에 대한 자세한 증상이 묘사되고 그 증상으로 인해 주인공이 고통과 편견에 시달리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도 주인공과 같은 병을 앓은 일이 있고, 병원에서 주인공 소녀를 만났다고 후기를 남겼다. 수술만으로 좋아지지 않아 방사선 치료를 받고 혼자 격리 장소로 떠났을 우리 딸아이의 모습이 자꾸 겹쳐보였다. 

화자는 약물 치료로 좋아지지 않아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피폭당하지 않게 하려고 사람들과의 간격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해서 늘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가깝게 있다는 것에 놀란다. 늘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가해자가 되어버린 상황에 아연해 한다. 

아빠는 피폭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딸을 보기 위해 집에 오지만 주인공은 아빠하고도 2m간격을 유지하려 한다. 가까이 다가온 아빠의 늙은 모습에서 4년 동안의 미움은 덤덤한 채로 남는다. 그리고 그레이브스 씨와도 작별한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주변에 특이한 병이나 장애로 고통 받거나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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