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3.27 15:55
  • 호수 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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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우는 길은 공부다

맹목적인 집착이 광기로 변해가는 인성에 비판어린 시선으로 절제할 수 있는 것이 공부라는 거다. 청춘이 위험한 순간은 바로 공부하지 않고도 충분이 잘 될 수 있다고 믿는 바보 같은 결정을 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누가 뭐라 해도 공부하지 않는 청춘은 그날로 ‘아웃’이다. 논어 학이편 1장 1절은 그런 어리석기 짝이 없는 청춘들에게 심각한 경고를 준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悅乎 배우고 틈틈이 익히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청춘의 기쁨의 시작은 공부라는 말이다.

하루는 제갈근諸葛瑾의 큰 아들 제갈각諸葛恪이 밤을 새워 공부를 한 탓에 낮에 잠깐 사이에 꾸벅 조느라 숙부 제갈공명이 오는 것을 나가서 마중하지를 못했다. 제갈량은 형 집에 가족모임으로 왔던 것이다. 제갈량<제갈각에겐 숙부>이 형인 제갈근 집에 도착하여 조카가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방에서 잠자는 것을 보고는 왈, “질차분후叱嗟糞朽<네 이놈 재여주침의 고사도 몰랐더냐> 불학하성不學何成<배우지 않았는데 어찌 성공 하겠는가>을 모르지 않을 터. 너는 우리 집안의 장손이야<이장손爾長孫> 장손이 되어서 어찌 그리 무심히 잘 수가 있더란 말이냐<래수來睡>”<정사 삼국지 오서 제갈각전諸葛恪傳>라며 크게 나무란다. 질차분후叱嗟糞朽라는 말은 예로부터 아버지가 자녀를 꾸짖을 때 쓰곤 했던 말로 송나라 재상을 지낸 범중엄도 가학家學에서 종종 쓰곤 했던 말이다.

그 원전元典은 공자에서 비롯된다. 유교의 가롯 유다라고까지 불리는 재여宰予가 낮잠을 자다가 들켰다. 재여가 낮잠을 자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재여주침자왈宰予晝寢子曰> “후목불가조야朽木不可雕也<썩은 나무는 조각을 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질을 하여 매끈하게 할 수 없다/<분토지장불가오야糞土之牆不可杇也> 재여에게 무엇을 나무라겠는가<어여여하주於予與何誅>” 공자께서는 또 말씀하셨다<자왈子曰> “처음에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하여<시오어인야始吾於人也> 그가 말을 하면 아무생각 없이 그의 말과 행동을 믿었는데<청기언이신기행聽其言而信其行> 지금 나는 다른 사람에 대하여<금오어인야今吾於人也> 그의 말을 들으면 반드시 그의 행동을 살핀다<청기언이관기행聽其言而觀其行>”

재여 때문에 그렇게 바꾼 것이다.<어여여개시於予與改是. 論語公冶長10. 明心寶鑑正己篇> 어쩌다 낮잠 한 번 잔 이유로 재여는 만고에 죽임 놈이 된 것이다. 졸음이라고 하는 것은 공부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이다. 솔로몬 이렇게 경고한다. “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누워 있겠느냐. 네가 어느 때에 잠이 깨어 일어나겠느냐.‘ 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누워 있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잠언6장9-11>”

여기서 필요한 것이 굳센 의지다. 공부하는 사람은 뜻이 넓고 굳세야 한다.<사불가이부홍의士不可以不弘毅> 왜냐하면 내 삶의 짐은 무겁고 가야 할 길은 멀기 때문이다.<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 공자의 가장 미련한 제자 증자가 논어 태백편에서 한 말이다. 물론 증자는 그때는 미련했고 스승 공자로부터 가래콧구멍처럼 꽉막혔다하여 두 번 씩이나 공자 문하에서 쫒겨났지만 ‘내가 죽으면 죽었지 공부를 관둘 수는 없습니다<녕개무지학寗蓋毋止學>’라며 공자 서당 문밖에서 귀동냥으로 까지 해가면서 공부를 한 인물로 훗날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를 가르쳤고 자사의 제자의 재가제자가 맹자孟子이다. 역사에는 증자를 일러 오로지 의지 하나만으로 공부의 끝을 본 사내라 한다. 격몽요결擊蒙要訣 입지장立志章에서 율곡 이이 선생께서 말씀하신다. “처음 공부하는 사람은<초학初學> 모름지기 먼저 뜻을 세우되<선수립지先須立志> 반드시 성인聖人이 되겠다는 다짐해야 한다<필이성인자기必以聖人自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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