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5.03 13:56
  • 호수 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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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묻지 않아서다

고려 말 문하시중을 지낸 추적秋糴은 어려서는 부지런히 배우라며 명심보감 근학편勤學篇에서 강태공의 입을 통해 후학을 일깨운다. 태공이 말한다.<태공왈太公曰> “사람이 날 때부터 배우지 않으면<인생불학人生不學> 마치 불빛 없는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여명명야행如冥冥夜行>
어려서 강태공의 글을 배우며 자란 안지추는 어른이 되어서 자신의 가족이 못 배워서 설움당할까 염려하여 오로지 가족이 잘되기만을 바란 나머지 가족이 성공할 수 있는 보감을 만들었는데 ‘안씨가훈’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 ‘면학편’에서 말한다. “예로부터 위대한 제왕과 지혜로운 성현도 오히려 배움이 부족할까봐 근심했거늘 하물며 우리가문 같은 한미한 집안의 자손들이라면 더욱 배움에 힘써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람이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무론하고 자식을 가르칠 때 부모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배움’이다. 배움이란 비움에 대한 채움으로 그 배움 중에서도 ‘학문을 권면하는 일’ 즉 공부하라는 말이 단연 으뜸이다. 동양의 잠언이라 불리는 사서삼경의 첫 번째 권 ‘대학’ 첫 문장이 “대학지도大學之道는 재명명덕在明明德하며 재신민在新民하며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이니라”라고 명토박는데 여기서 첫 문장 대학지도大學之道의 뜻은 ‘크게<大> 되려면 배워야<學> 하는데 거기에는<之> 희생이 따른다.<道>’
상산象山 육구연陸九淵은 이를 ‘인불가이불학人不可以不學’으로 즉,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로 푼다. 상산 사후 삼백여 년 뒤 그의 학통을 이은 철인이 명필 왕희지의 후손 왕양명으로 알려진 왕수인인데 옆집의 자식들은 5세 신동 운운할 때 그는 5세가 되도록 말을 못했다 한다. 그러나 지독한 공부로 대성한 인물로 그의 주장은 하나다. 송나라가 망한 것은 공부하지 않아서라는 것. 그래서 그가 붙잡은 것이 상산 육구연이 주장한 ‘심학心學’이라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공부다. 그가 말한다. “바야흐로 천하를 거머쥐려거든 공부를 노동하듯 하라<장욕취천하야將欲取天下也 위학사爲學事>”
이 말은 논어 위정편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에 대한 쾌도단설快刀斷說이다. “공부를 하기는 하는데 생각 없이 무작정 공부만 미련하게 한다면 아둔해 질 것이고, 죽치고 앉아서 온갖 생각은 다하는데 정작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위태롭다”는 말이다. 그래서 생각하면서 공부하는 사람은 날마다 지식이 더할 것이다.<위사학자일익爲思學者日益>
“공부는 나쁜 습관을 지적하여 날마다 덜어내는 작업이다.<문태습적일손聞怠習摘日損> 어려서 공부를 게을리한 결과는 어른이 되어 살아본 사람만이 안다.<소태학장회小怠學長悔>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으면 부모가 아니고<불권학부친不勸學不親> 공부하지 않으면 그 또한 자식이 아니니<불학역비자不學亦非子> 공부하지 않는 자식을 둔 집안은 이미 망한 거나 다름없다.<자불학기망子不學家亡>”
명나라 때 남경병부우시랑南京兵部右侍郎을 지낸 청백리 왕적王積의 말이다. 부모에게 있어서 세상에 이보다 더 무서운 말이 또 있을 까. 누군가에겐 삶은 행복 덩어리이겠지만<혹여생희或余生喜> 대부분의 누군가들이 겪는 인생은<숙여과사孰與過事> 모질면서 숨막히게 괴롭고 외롭다.<격악고고鬲惡苦孤> 그럼에도 끝까지 살아남아서<필연종존必然終存> 단 한순간만이라도 행복해 봐야 할 텐데<촌음상행寸陰嘗幸> 그것은 어려서부터 공부하는 길 외에는<기소외학其小外學> 달리 방법이 없다.<타무도他毋道>
그렇다면 공부는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공자는 저마다 타고난 분깃 즉 팔자(?) 만큼만 하라고 한다. 주역 계사전에繫辭傳에서 말한다. ‘공부는 이지易知의 능력까지 하든가 아니면 간능間能의 정도까지만 하든가’이다. 이지易知는 사람과 세상의 흐름을 미리 아는 능력이고 간능間能은 저 사람이 내게 이득을 줄 것인지 손해를 줄 것인지를 알아 선택을 잘 해서 그 이익되는 사람을 따르는 능력이다. 쉽게 말해서 공부란 묻는 데서 시작이다. 시경에 말하길<시운詩云> “선대 사람의 말에<선인유언先人有言> 나무꾼에게도 자세히 물으라”는 말이 있다<순어추요詢於芻蕘. 시경詩經 대아大雅 판편板篇>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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