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영의 고전산책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5.07 21:59
  • 호수 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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괵虢나라의 현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려서 공부하지 않으면 말조차도 순하지 않으며 이치에 맞지도 않고<동불학즉불언순부적리童不學則不言順不適理> 또한 어른이 되어서도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게 없어<역장사불성亦長每事不成> 늘 가난과 괴로움이 떠나질 않거늘<항재빈고불리恒在貧苦不離> 누가 어려서는 놀아도 된다고 함부로 말하는가<혹자감왈동유或者敢曰童遊>”

공자가어孔子家語를 재편집한 위나라 왕숙王肅의 말이다. 어려서 하루 놀면 늙어서 1년이 고되다는 사실을 어른이 되어본 사람들은 안다. 날 때부터 부자도 있겠지만 그게 몇이나 되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 때부터 가난한 경우가 많다. 그 가난을 견뎌내기 위해 공부를 선택했을 뿐이다. 결국 그 공부가 나를 구원했고 더 나아가서는 가족과 가문을 구원한 셈이다.

그 중심에 공자가 있고 그 중심에 퇴계가 있고 그 중심에 간서치 이덕무가 있다. 공자는 3세에 선망부독자였고 17세 때는 모친마저 잃었으니 천애 고아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퇴계는 난지 7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끝 모를 가난과 홀어머니 슬하에서 귀동냥으로 공부를 일궈낸 입지전적의 인물이었다. 간서치 이덕무는 출신 성분 자체가 출세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이 꽉 막힌 자인데 오직 공부를 많이 해서 첩첩궁궐에 사는 임금님 귀에까지 공부 많이 한 선비로 소문이 났다.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했기에 조선팔도에 소문이 그리도 자자한가. 그 선비 얼굴이나 좀 보자 하는 취지로 그를 불러들여 그에게 몇 마디 묻고자 하니 천하에 모르는 게 없는지라 적이 기쁨에 찬 임금 정조는 그 자리에서 그를 검서관檢書官이라는 종5품에 해당되는 벼슬을 주었다.

이처럼 어려서부터 작심하고 공부해서 인생을 반전시킨 인물은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물론 죽어라 공부 안 해서 절딴난 인생도 하늘의 별처럼이나 많다. 그 선봉이 바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항우項羽를 비껴갈 순 없으리. 다른 것은 다 잘하는데 공부만 안한 사나이. 결국 서른 셋 나이에(혹여 다른 판본엔 스물여덟이라고도 함) 오강烏江에서 칠언고시七言古詩 해하가垓下歌를 부르며 파란만장지생波瀾萬丈之生을 칼의 노래<風切音칼집에서 칼을 꺼내 자신의 목으로 가져가는 순간까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일러 풍절음 곧 칼의 노래. 司馬光 資治通鑑발췌>를 끝으로 삶을 마감한다. 그리고 1000년 후 당나라 제일의 미남 시인 두목은 그의 죽음을 애석해하며 눈물로 지어 올렸다는 칠언절구 제오강정題烏江亭제하의 시 말미에 권토중래미가지捲土重來未可知라 읊었다. 두보는 대장부의 삶은 관 뚜껑을 덮기 전까지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닌데<장부개관사시정丈夫蓋棺事始定> 아직 젊거늘 흙먼지를 날리며 다시 재기하면 될 것을 어찌 그리도 빨리 죽었단 말인가라고 했다. 이 후로 권토중래는 재기를 꿈꾸는 사나이들의 절치부심의 대명사가 됐다.

주역周易 건괘 괘효사건위천卦爻辭乾爲天에는 공부의 네 단계를 말한다. 첫 단계는 잠룡潛龍. 물속에 잠겨있는 용으로 숨어서 공부한다는 말이다. 두 번째 단계는 현룡見龍. 그동안 숨어서 공부한 과정을 강호에 드러내어 검증받는 과정을 말한다. 세 번째 단계가 비룡飛龍. 이때부터 비로소 등과登科하여 환로宦路의 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항룡亢龍이다. 남송 시대 학자 나대경羅大經은 학림옥로鶴林玉露에서 공부하는 네 단계를 사룡심적四龍心積이라하여 항룡을 주석하기를 학문은 꼭 넓어야 할 필요가 없으니<학불필박學不必博> 요컨대 쓸모가 있어야 하고<요지유용要之有用> 벼슬은 꼭 영달해야 할 필요가 없으니<사불필달仕不必達> 요컨대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요지무괴要之無愧>고했다. 나라의 현자 괵월坆鉞이 말한다.<고제하告諸下> 십대에 공부하지 않으면<재유이불학在幼而不學> 20대에 설수가 없으며<弱冠不立> 20대에 공부하지 않으면<재약관이불학在弱冠而不學> 삼십대에 설수 없으며<而立不立> 삼십대는 이미 배워도 늦나니<지학이립遲學而立> 사십<불혹의 나이>에 이르면 어긋난다<지어불혹좌야至於不惑左也. 는 왼쪽이 아닌 어긋난다는 뜻>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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