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국 선생 14주기 추모제를 맞으며…
임종국 선생 14주기 추모제를 맞으며…
  • 뉴스서천
  • 승인 2003.11.14 00:00
  • 호수 1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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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문턱에서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울굿불굿 물들은 단풍잎이 쌀쌀한 가을비에 버티지 못하고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선생의 추모제 준비를 위해 서천시내를 여기저기 돌며 걱정이 앞선다. 당일엔 비가 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안 공원묘원 산꼭대기 선생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선생께서는 어떻게 느낄까?
친일로 썩어 가는 산천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가 올해야 둥지를 틀었다. 그 첫 번째 사업이 선생을 우리 손으로 직접 모시는 것이다. 눈으로 보기엔 추모제를 직접 준비하는 것이 그럴듯해 보인다. 잘 익은 과실, 맛깔스런 떡 등 제상은 부족하지만 정성은 넉넉함이 보인다. 전국 방방곳곳에서 오신 회원과 내·외빈들께 그런 대로 잘 보였다. 그럴듯하게 우쭐대며 인사말까지 하며 선생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굳게 약속한다.
선생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방방곡곡이 썩어 가는데 저것들이 과연 정화를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시는 것 같다. 온통 썩어 가는 민족의 대지를 눈앞에 펼쳐진 ‘온통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산야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다’고 믿음을 주신다. 민족이 바로 설려면 친일청산을 하지 않고는 어렵다고 외친 선생의 뜻을 모르는 인0이 없다.
다만 작은 일이라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그 일이 성사될 리 없는 것이다. 우리가 선생의 제를 모시는 것은 형식을 위한 형식을 지켜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친일을 제거하기 위한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행동에 앞서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오늘은 비도 잠시 머물러 주었다.
선생의 뜻을 하늘도 잠시 귀기울여 주는 것일까? 여기모인 사람들 뜨거운 가슴속에 무언가 한아름씩 가지고 뿔뿔이 갈 곳을 재촉한다.
뒷정리를 하면서 선생을 한껏 불러본다. 모든 개인사를 떨치고 민족이 가야할 길을 열어주신 선생의 뜻을 생각하면서…. <본지 양수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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