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단지에 갇혀 살 수 없다”
“태양광발전단지에 갇혀 살 수 없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07.03 21:30
  • 호수 9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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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앞에서 집회 연 등고리 마을 주민들
▲지난 26일 군청 앞 주차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등고리 마을 주민들
▲지난 26일 군청 앞 주차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등고리 마을 주민들

지난 27일 오후 군계획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판교면 등고리 주민 50여명은 군청 앞 주차장에 모여 집회를 갖고 있었다.

태양광발전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군계획위원회 위원들에 자신들의 의사를 알리기 위해 더위를 무릅쓰고 집회를 연 것이다.

 

마을 주민 신동석씨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에 나섰다. 그는 등고리에 터를 잡고 살게 된 이유부터 말했다.

전국 돌아다니며 귀촌할 곳을 찾다가 못 찾고 서천을 들르게 되었다. 당시 서천 군수 얘기가 인구유입 정책을 위해 전원마을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살면 어떠냐고 제안해 와보게 되었다. 그래서 등고리에 갔더니 앞에는 야트막한 산이 둘러있고 뒤에는 서천에서 제일 높은 천방산, 봉림산이 뒤를 받쳐주고 있는 정말 아늑한 동네였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기로 정했다

그는 등고리 산너울마을에 입주한 후 처음엔 원주민들과 작은 갈등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 해결됐다며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태양광발전단지 사업 허가 신청이 들어와 마을이 위기에 처해 있음을 말하고 태양광발전 단지를 반대하는 이유를 말했다.

“2년 전에 등고리에 5억 원짜리 프로젝트를 가지고 가로수를 심고 꽃길 조성을 했다. 누가 오더라도 등고리는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이라고 인정을 하고 간다. 그래서 환경부로부터 두 번이나 표창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오갈 데 없는 난민신세가 되게 생겼다. 등고리에 태양광 발전을 한다고 해서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다. 우리 동네 모든 집들은 남쪽을 보고 집을 지은 남향이다. 태양광발전도 남쪽을 향한다. 발전단지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수백 개의 쇠말뚝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이 쇠말뚝을 보고 살아야 된다.

우리 동네에 다랭이논이 있다. 처음에 산너울마을에 왔을 때 다랭이논이 너무 경치가 좋고 예뻐서 여기에서 살아야겠다고 결정했다. 이 다랑어논들을 빙 돌아 3.6km의 둘레길이 있다. 이곳에 꽃을 심고 나무를 심었다. 그동안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 지금도 정부에서 공모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선정되면 마을회관 뒤 논을 매입해서 평탄작업을 한 후 체육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동네가 꿈꾸고 있는 것이 깨지고 있다. 그 논 주인이 태양광 단지 허가가 나면 나도 태양광 신청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태양광발전단지에 갇혀서 살게 된다.

다랭이논에 물이 모자란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면 제일 높은 곳에 웅덩이를 만들어놓고 흥림저수지에서 물을 끌어올려 농사를 지을 계획이 서있다. 그런데 태양광이 들어서면 풀을 죽이기 위해 1년에 너댓번씩 제초제를 뿌릴 것이다. 그러면 이 제초제가 섞인 물이 물을 끌어올린 웅덩이로 들어가게 돼있다. 지금 청정농산물을 생산한다고 우리 주민들이 다 발 벗고 나섰는데 제초제 농약 물로 농사짓게 생겼다.

리고 태양광발전업자에게 지금은 시세보다 높게 팔수 있지만 앞으로는 농사를 짓기 어렵게 되기 때문에 시세보다 더 떨어진다

이날 군계획위원회는 이 같은 주민들의 사정을 파악했음인지 결정을 보류하고 현장을 답사한 후 오는 26일에 재심의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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