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나는 마스크를 사지 않았다
■ 모시장터-나는 마스크를 사지 않았다
  • 칼럼위원 권기복
  • 승인 2020.03.24 23:04
  • 호수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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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1월 중순 중국 우한에서부터 발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WHO의 공식 명칭은 ‘COVID-19’. 이하 코로나19로 함)가 전 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다. 우리나라는 120일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최초로 발표되고 난 후, 2개월이 넘도록 확산되면서 모든 생체 리듬이 정지된 상태이다. 2월 중순 경에는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하루에 수 백 명씩 증가 양상을 보이면서 중국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은 불명예를 함께 떠안기도 했다.

이후 코로나19는 유럽과 아메리카를 비롯하여 세계에 확산되면서 지난 323일에 확진 환자가 33만 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들이 국경이나 지역을 폐쇄하고, 학교가 5주간 개학을 미루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기 위하여 교회 예배를 자제시키는 것은 물론 각종 상가와 숙박업소들이 휴업에 들어가고 있으며, 모든 업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에 개봉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영화가 불과 8년 만에 현실로 다가온 것만 같아서 더더욱 소름을 돋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는 터치(만짐)’가 감염원이지만, 코로나19는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감염원이 되고 있다. 감염의 확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영화 속의 공포와 음모, 가짜뉴스와 사재기 양상이 오늘의 현실과 너무나 흡사하다.

특히 호흡기 감염질환인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마스크 대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스크 수급 부족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원성을 드높이게 하였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등 그 어느 나라도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한 때는 일부 비양심적인 사람들의 사재기와 암매상들에 의해 마스크 가격이 10배 이상을 호가하기도 하였던 바, 정부에서 5부제로 공적 수매를 감행하면서 부족한 감을 느끼는 가운데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WHO에서 311일자로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한 바, 이를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물론 차후에 제2의 세계 경제대공황 발생 우려를 안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경제는 수많은 나라들이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거대한 톱니바퀴의 행진을 일시에 파괴시키고 말았다. 그 누가 손상된 톱니바퀴를 정비하고, 어느 톱니바퀴부터 동력을 제공하여 다시 돌아가게 만들 것인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현대 경제의 향응에 충분히 젖어 있다. 따라서 현재 많은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우울감이나 무력감- 현상이 경제적 패닉(economic panic) 현상으로 전가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없게 되고, 먹고 싶은 것 먹을 수 없게 되고, 쓰고 싶은 것 쓸 수 없게 된다면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대인을 레밍(일명 나그네쥐)족이라 일컫는다. 레밍은 앞에 선 쥐가 바다를 향해 절벽을 뛰어내리면 그 뒤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현대인은 군중 속에서 살아가면서 남들이 누리는 것은 너도나도 덩달아 누리려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리라. 그런데 남이 누리고 있는 것을 내가 누리지 못한다면 참아낼 수 있을까?

나는 마스크를 사지 않았다. 코로나 19에 무감각해서가 아니다. 또한 안 걸릴 자신이 있어서도 아니다. 비교적 나는 안전한 상황에 처해 있으니, 나보다 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선이 분명치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의하고, 항상 손 씻기를 자주하면서 위생관리에 유의하고 있다.

인도의 성지 도시인 바라나시를 찾는 세계 관광객들은 전부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그 도시의 주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바라나시 주민들은 항상 부연한 흙먼지 속에 살아가지만 호흡기 질환자가 더 많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이제 우리들은 위험한 것이나 부족한 것에 대해 참을성을 기르는 생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해본다. 우리 인간의 과학과 경제가 언제까지나 모든 것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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