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20.04.17 10:46
  • 호수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둔한 증자도 공부를 하니 성인이 되더라

삼야노參也魯라는 말이 있다. 공자의 말로 증자는 멍청하다는 말이다. 성리학에서 증자는 도학의 맥을 전해준 인물로 공자의 가르침을 공자의 손자 자사에게 전했고 자사의 재가제자의 문도가 맹자이다.

이런 연유로 후대의 성리학자들은 증자를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고 종성宗聖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는 후대의 일이고 당시에는 삼야노參也魯라는 말이 주는 지적 함량에서 보듯이 증자는 멍청했다가 바른 해석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물승계현무지위勿昇界懸無知位무지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위까지 오르지 말라쯤 되는 말이다.

이 말은 후대에 나타난 말인데 내용인즉 후한 말기 삼국지 유비의 초년 스승 정현鄭玄에 의하면 논어는 자공의 편찬작이고 송나라 유학자 이정자二程子 곧 정명도程明道와 정이천程伊川에 따르면 자공이 논어를 초고했으며 이를 토대로 증자가 첨삭을 했고 이를 주자가 비판하지 않음으로써 오늘에 이르게 됐는데 문제는 증자의 학문 수준이 그리 깊지 못함에 있다.

후학이 읽을 때 마치 성경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처럼 내용이 일목요연하지 못하고 선문답처럼 중구난방이 된 거라 한다. 즉 증자가 젊은 날 공부를 잘했더라면 논어가 더 매끄럽게 편집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말이다.

어찌됐건 증자의 아둔함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 그가 역사의 거물을 능가하는 성인의 반열에 오른 것은 그야말로 피눈물 나는 노력 결과이다. 증자는 논어태백편泰伯篇 7문장에서 멍청한 자신이 그 멍청함을 떨치기 위해 어떻게 공부했는가를 몸을 부르르 떨면서 피력한다.

증자왈曾子曰 사불가이불홍의士不可以不弘毅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 인이위기임仁以爲己任 불역중호不亦重乎 사이후이死而後已 불역원호不亦遠乎

퇴계는 이 문장을 네 단락으로 끊어 읽는데 첫째 사불가불홍의士不可不弘毅, 선비는 뜻이 크고 굳세지 않을 수 없으니. 둘째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셋째 인이위기임仁以爲己任 불역중호不亦重乎, 인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으니, 어찌 무겁지 아니한가. 넷째 사이후이死而後已 불역원호不亦遠乎, 죽어서야 그만둘 수 있으니 어찌 멀지 아니한가.

퇴계는 9세쯤 건너마을 낙방거자 노인에게서 논어를 읽으면서 어느 날 이 문장이 훅하고 가슴 속으로 글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으로 다짐하기를 나중에 어른이 되어 훌륭한 사람이 되면 글방을 짓되 글방 이름을 홍의재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다.

그리고 12세 때 숙부 송재공에게 논어를 재독하면서 박학약례라는 문장에 이르러 홍의재와 짝을 이루면 되겠다 싶어 두 문장을 가슴에 담아주었다 한다. 이 문장은 훗날 도산서원이 건립되면서 기숙사 당호에 붙여지는데 동재東齋는 박약재博約齋요 서제西齋는 홍의재弘毅齋이다.

양반 자녀가 공부하는 동재의 박약재라는 말은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 26문장이 출전인데 군자가 공부를 많이 해서 자신을 예로써 단속한다면 도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자왈子曰 군자박학어문君子博學於文 약지이례約之以禮 역가이불반의부亦可以弗畔矣夫>’의 박학博學약례約禮에서 박약재博約齋를 취했고<실제로 퇴계가 이 글을 취할 때 나이는 12>, 평민 자녀가 공부하는 서재 홍의재는 증자왈曾子曰 사불가이불홍의士不可以不弘毅에서 홍의弘毅를 취했다.<당시 퇴계가 이문장을 취할 때 나이는 9세무렵>

또 이 문장은 정조가 동궁시절에 풍운아 일매홍一梅紅 홍국영洪國榮에게 글을 배울 때<홍국영은 정식 사부는 아니고 일종의 호위무사격인 세자시강원설서> 이 부분에 감동을 받아 자신의 아호를 홍재弘濟라했다고 전한다.

증자는 자신이 멍청했다는 스승 공자의 지적이 논어에 문장으로 기록되는 것에 무한 책임을 느끼고 이를 상쇄할 불후의 명문을 만드는데 훗날 증자의 명불허전의 명언으로 전해지는 논어 개권벽두에 있는 일일삼성이다. 증자는 말한다.

나는 날마다 하루에 세 번 반성한다<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 첫째 사람을 대함에 진실했는가<위인모이불충호爲人謀而不忠乎> 둘째 벗을 사귐에 믿음을 주었는가<여붕우교이불신호與朋友交而不信乎> 셋째 오늘 배워야 할 글을 공부했는가<전불습호傳不習乎>

이 중에 제일은 셋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