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의 자녀가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제시해준 책 한 권을 꼽으라면 그건 ‘한비자’가 유일이다.<勝貧者讀惟一非> 이 말은 중국 팔로군 사령관 주덕<팔로군총지휘. 18집단군총사령관>이 유소기와 야인 시절에 했다는 말로 전한다.
한비자라는 책은 ‘뭘, 왜, 어떻게 공부해서 출세하란 말인가’에 대한 답도 제시되는 글이다. 꿈을 잃은 혹자들에게는 중화인민공화국 초대 문화장관 곽말약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저 처세술에 관한 책정도로 치부되지만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작심하고 읽어본 청소년이라면 실로 오금이 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책을 잘못 읽은 것이지 그 책이 모자라서가 아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한비자는 진나라 시황제 때 재상을 지낸 여불위 집안에서 종살이하다가 오로지 공부만으로 여불위 눈에 띄어 발탁된 이사의 동문수학 친구이자 그런 친구 이사에게 끌려가 두 다리가 잘리고 혀가 뽑혀 죽은 인물인데 공교롭게도 그는 자신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남을 구할 수 있는 불후의 명저를 남겼는데 ‘한자韓子’라는 책이다. 훗날 송나라 유학자요 대문장가인 퇴지退之 한유韓愈가 이 책을 읽고 제목을 ‘한비자’라 명한 이후 지금까지 한비자로 불리는 책인데 서양에서는 논어·맹자를 제치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라 전한다. 조선 숙종대까지만 해도 몰락한 양반가 자녀들이 집안 깊숙이 넣어두고 늦은 밤 남몰래 절치부심을 곱씹으며 읽어냈다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세 가지를 말한다. 법法 술術 세勢. 물론 세상은 이 세 글자를 뭉뚱그려 통치자의 입장에서 풀어내는 게 전부이지만 실제로는 가난한 집안의 자녀가 뜻을 세우려면 누구를 무론하고 이 책을 통해서 법法이든 술術이든 세勢든 이 셋 중에 하나에 목표를 세우고 공부만 한다면 세상은 반드시 그런 자를 들어 쓰게 되어있다는 것이 한비자의 가르침이다.
여기서 법은 말 그대로 법가法家로 의금부나 사헌부 장령을 말한다. 술은 인술仁術로 통하는 의술로 조선 비양반계급이 유일하게 반상의 지위를 넘어 당상관에까지 오를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문제는 몰락한 양반가 자녀의 역량이 법가는 커녕 그렇다고 명색이 유학자 집안에서 한 급 낮은 술가가 될 역량도 안될 경우가 있다는데 그 심각성은 있는 거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보완책으로 써놓은 부분이 세勢이다. 민심으로 통하는 세를 얻으면 법가와 술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살이에서 수긍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법가와 술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곧 세가勢家요, 세가란 백성들의 힘, 즉 민심을 말하는 것이며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거머쥔다. 맹자孟子는 자신의 책 맹자 이루離婁장구상上편에서 걸 임금과 주 임금이 천하를 잃은 것은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고 백성을 잃었다는 것은 곧 백성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실기민자失其民者 실기민심失其心也>라고 기록한다. 강태공姜太公은 육도六韜권이卷二에서 말한다. “백성과 더불어 천하의 이익을 함께 누리는 자는 천하를 얻을 것이고 천하의 이익을 저 혼자 독차지하려는 자는 천하를 잃을 것이다.<동천하지리자칙득천하同天下之利者則得天下 천천하지리자칙실천하擅天下之利者則失天下>”
다양한 방면과 수십 수백 분야의 공부가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공부 법, 술, 세의 공부는 아직도 강세다. 어떤 분야의 공부든 목표는 하나. 천하에 이름을 떨친다는 ‘천하진문명天下盡聞名’이다. 이를 실현시킨 인물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으나 크게 둘을 들라면 백발노인으로서는 궁팔십窮八十달팔십達八十을 모두 이룬 80 출사자 강태공이 있을 것이고 앳된 소년으로서는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을 불식시키고 12세 때 여불위추천받아 우승상지위의 재상에 오른 감라甘羅가있을 것이다.<진나라 재상 감무甘茂의 손자. 사기 권71 저리자감무열전>
감라는 수호지 오룡의 호객송呼客頌에서도 이름이 나올만큼 유명한 천재소년이다.<감라발한자아지甘羅發旱子牙遲> 이렇듯 어려서부터 뜻을 세우고 공부를 하되 지치지만 멈추지 않고 매진하면 언젠가는 하늘이 알아보고 결국 세상에 드러내 세상을 바꾸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