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
■ 책 소개 / 평양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0.12.24 03:33
  • 호수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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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 차례 북한을 다녀온 기자가 쓴 북한 견문기

저자는 머리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분단된 나라에서 태어나 휴전선 이북에 있는 북한은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고 그곳 주민들은 독재의 사슬에 신음하는 불쌍한 동족이라는 생각은 반공을 국시로 하는 정부의 제도권 교육하에서 고착화된 관념일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깨진 것은 1998년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접하면서부터였다. 이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라는 민족사업에 합의하면서 남과 북은 화해와 협력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현실은 엄혹했다. 개성공단이 파기되고 남북관계는 새로운 대치국면에 들어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 4.27판문점선언에 이어 9.19평양선언, 북미정상회담도 성사되면서 한반도에 다시 훈풍이 부는 듯 했으나 남북관계, 북미관계는 아직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시기에 북한을 네 번이나 다녀온 한 저널리스트가 본 북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는 책이 나왔다. <평양 여자 서울남자 길을 묻다>(정음서원, 202012)이다.

저자는 한국 언론의 미국 지사에서 오래 일해왔으며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현역 기자이다. 그는 201811월에 북한을 처음 방문한 이래 20193, 그리고 9월과 10월에 연이어 북한을 방문했다.

현재 미국 시민권자는 국무부의 여행허가 금지로 입북이 차단돼있고 한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통일부 허가 없이 개별 방북이 불가능하다.

이 책은 저자가 최근 평양에 체류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일기를 쓰듯 풀어낸 이야기이다. 수십 장의 사진이 원색으로 곁들여 있어 이해를 돕는다. 거대담론이 아니어서 읽는 데 부담을 주지도 않는다. 그가 접한 북한 주민들도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는 첫 방문시 평양을 보고 이렇게 썼다.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된지는 오래고 출근시간엔 교통체증이 예사로 벌어진다. 대동강변이나 거리에선 애완견과 산책하는 모습도 흔하다. 멋쟁이 젊은 여성이 거리를 활보하고 휴일 유원지엔 화사한 옷차림의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십수년에 걸친 사상 최악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오히려 살림살이가 나아진 듯한 오늘의 북한, 시민들의 얼굴엔 여유가 느껴진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저자는 북녘 주민들의 평범한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일상의 생활공간을 찾아 나섰다. 함께 어울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대중목욕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리발관(이발관)에서 머리를 깎았다. 대동강맥주를 마시며 평양 치맥을 즐기고 백화점과 마트는 물론, 장마당(시장)과 야외장터를 찾아가 보통 주민들의 삶을 가감없이 체험했다. 사찰과 교회, 성당에서 교인들과 함께 예배하고 교직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저자는 북녘의 종교에 대한 사실과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혼식장 풍경과 아이들의 학교생활, 외국인보다 내국인이 더 많은 평양의 골프연습장, 승마구락부에서 말을 타고 항공구락부에서 초경량비행기로 평양 상공을 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았다. 이 모두가 직접 보고 체험하기 전까지 반신반의했거나 전혀 몰랐던 일들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남과 북은 긴 역사를 공유한 결국 하나의 민족이라는 생각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평양 거리를 걷고 있는데 애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중년의 남성을 만났다.

강아지 이름이 뭐에요?” 하고 묻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베요.”

함께 걷던 일행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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