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헤르만헤세 소설 ‘싯다르타’에서 창부 카말라와 상인 카마스바미와 싯다르타
마흔 가지 사랑의 기술을 가진 아름다운 카말라와 돈과 권력을 가진 상인 카마스바미는 싯다르타에게 묻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바란다면 당신은 무엇을 줄 수 있나요?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싯다르타는 말합니다. “나는 사색할 줄 압니다. 나는 기다릴 줄 압니다. 나는 단식할 줄 압니다.” 세상은 -‘세상에나!’- 할 줄 아는 것이 단식과 기다림과 사색뿐인 사람에게 줄 것이라곤 비웃음뿐이지만, 싯다르타는 오직 자신의 진심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색과 기다림과 단식으로 가장 아름다운 애인이 되고, 가장 훌륭한 사업 파트너가 됩니다. 이게 말이 돼? 네. 소설에서는 되더군요.
# 2. 2020년 10월 30일 전국 농민 18,000명이 진행한 비료값 담합 손해배상 소송 1심 일부 승소
1995-2010년 16년 동안 비료회사 13곳은 농협중앙회 발주 입찰 등에서 가격을 담합하여 1조 6천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하였고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 823억을 부과하였다. 이에 전국의 농민회는 농민 1만8000명을 모아 1만원씩 소송비용을 부담하여 2012년 비료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했다. 8년간의 길고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2020년 10월 30일 1심에서 일부 승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집단 소송제도가 증권분야에만 있는 사법 체계에서 이번 비료소송의 일부 승소를 통해 집단소송제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확인시켰다. 1995-2010년은 WTO 개방농정의 피해와 농업의 인위적 구조조정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 또는 탈농이 빈번한 시기였다. 실제 그 기간에 기업들은 농민들을 상대로 부당 이익을 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 3. 2020년 2월 21일 충남 농민, 노동자, 시민 4만 여명의 주민 발의를 통한 충남 농민수당 조례안 제정, 농가당 연 80만원 지급 결정.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보존하고 증진하며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을 위해 농민의 이름을 법적, 제도적으로 호명한 첫 걸음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와 방법도 함께 제시하였다. 농민수당이 주민 조례안으로 제정 된 것은 전국에서 첫 번째이다. 생산 중심, 면적 중심의 농정에서 사람 중심의 농정으로 농업 정책의 큰 틀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진심으로 바라는 일들은 대체로 “(생각은 가상하다만) 그거 되겠어?”에 대한 답으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하면 질문이고, 일반적으로 말하면 냉소이며, 아주 현실적으로 보자면 조롱에 가까운 반응들을 겪어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허세도 부리고 싶고 거짓말이라도 보태서 꾸미지 않으면 불안해 미칠 지경입니다. 하지만 결국엔 내가 가진 것만으로 승부를 보게 됩니다. 그게 겨우, 사색이든, 기다림이든, 단식이든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내 안에 지니고 있는 것을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기술이고 무기입니다.
비료값 담합 소송과 농민수당 조례 제정이라는 아주 작은 가능성을 훌륭한 정책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많은 분들이 내 안의 진심을 밖으로 모아주신 결과입니다. 함께 만들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이 싯다르타이고 하나님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신자유주의 너머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놓으시는 분들입니다. 새해에도 또 그렇게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