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고 못할 일 있나요?”
“여자라고 못할 일 있나요?”
  • 최현옥
  • 승인 2002.04.04 00:00
  • 호수 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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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택시기사 동백운수 양기순씨
“여자 분이 열심히 사시는 모습 보기 좋네요” “저녁에 위험하니까 일찍 들어가세요” 여성 택시드라이버 양기순(44·서천읍 화금리·여·사진)씨가 종종 손님들에게 듣는 말이다. 택시에 타는 손님들이 던지는 이 한마디는 양씨에게 피로회복제 그 자체. 한 때, 서천에서 여자운전사로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기억되었지만 지금은 친절하고 안전운전을 하며 봉사정신이 뛰어난 택시기사로 인정받는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숨졌거든요. 그래서 택시기사는 안하려고 했어요” 양씨는 6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보험을 해서 자식 둘을 키우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시작한 기사생활, 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동료인 남자 기사들을 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밤늦은 시간의 운행, 만취한 손님이 탔을 때 등 어려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럴 때면 서러운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자식과 자신에 대한 강한 신념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양씨는 평소 ‘택시는 곧 주민의 다리’라는 직업의식으로 손님을 대하는데 지금까지 택시를 찾는 손님에게 그 흔한 승차거부 한 번 없었고, 원거리 손님을 태워다주고 빈차로 운행 시에는 주민의 편의를 위해 무료 서비스를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 마음 같지 않듯’ 호의로 베푼 인심이 외면 당할 때도 많이 있다. 한 번은 계동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장애인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태워주려 했지만 외면을 당해 무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노인들은 의심의 눈초리가 적은 편인데 가끔 고맙다며 쥐어주는 천원짜리 한장, 인사말에 오히려 더 큰 감사를 느낀다. 택시기사를 하면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을 돌아보게 됐고 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양씨. 그녀는 되도록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파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을 본다. “부모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로 사는 노인을 볼 때마다 남 같지 않다”는 그녀는 기회가 되면 홀로 사는 노인과 함께 살고 싶고 3년안에 개인택시를 갖는 꿈이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시작한 일이지만 “이 직업에 종사하면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는 양씨, 그녀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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