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이, 멀리 나는 새 큰뒷부리도요
가장 높이, 멀리 나는 새 큰뒷부리도요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1.04.29 08:17
  • 호수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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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할 때 서천갯벌 중간 기착, 산란 위해 영양 비축
▲26일 서천갯벌에서 관찰한 큰뒷부리도요.
▲26일 서천갯벌에서 관찰한 큰뒷부리도요.

426일 오후47, 서천갯벌에서 큰뒷부리도요(4BWWB)가 관찰되었다. 410일 오후68분과 411일 오후4시에도 같은 장소에서 관찰되었다.

이 새는 다리에 유색 가락지와 링을 여러 개 매달았고, 꼬리에 무선위성송신기를 매달고 있었다. 뉴질랜드의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연구단이 붙잡아 매단 것이다. 장거리를 이동하는데 어떠한 영향이 있지는 않는지 걱정도 되었다. 49일 오전450, 목포시 인근 신안군 압해도갯벌에 머물렀다는 위성기록이 있었는데 410일에 서천갯벌로 이동해 온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거리를 나는 큰뒷부리도요의 장거리 이동에 대한 비밀은 2007년에야 밝혀졌다. 미국 국립지질조사국 조류학자들은 피부 밑에 무선송신기를 삽입한 큰뒷부리도요 9마리를 알래스카에서 날린 뒤 인공위성으로 이들의 경로를 추적했다. 이들의 놀라운 대양 횡단 비행 궤적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알래스카 유콘 강 하구에서 남행길에 오른 큰뒷부리도요는 무리를 지어 2000~3000미터 상공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날아 뉴질랜드와 호주 동부로 날아갔다. 830일 해가 지기 2시간 전 이륙한 이 새는 8일 동안 11680를 쉬지 않고 날아 97일 저녁 뉴질랜드 피아코강 어귀의 습지에 착륙했다.

평균 시속 60의 속도로 지구의 반대편으로 비행한 것이다. 1가 넘는 망망대해를 8~9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 한숨 자지 않고, 잠시도 쉬지 않고 비행을 한 것이다. 이 기록은 사람들이 측정한 새들 가운데 가장 긴 비행기록이라고 한다. 제트여객기로 약 23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이처럼 호주나 뉴질랜드로 날아갈 때 한반도 서해안에 들르지 않는 이유는 풍향을 이용해 비행을 쉽게 하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2020년에 관측한 큰뒷부리도요 여정
▲2020년에 관측한 큰뒷부리도요 여정

남반구에서 월동을 한 큰뒷부리도요는 봄철엔 태평양을 횡단하지 않고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 들러 알래스카로 가는 우회로를 택한다. 그 이유로는  중간에 두둑하게 지방을 축적하고 번식지에 도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연구 결과 이들 도요새에게는 몸의 조직과 장기가 변하는 극단적 생리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최대한 많은 지방을 몸에 채우기 위해 비행 동안 불필요한 소화기관 등의 장기는 가능한 한 축소시킨다.

출발 직전 죽은 도요새의 가슴 근육은 한쪽이 27g이나 됐지만 간은 7g, 콩팥은 한쪽이 1.5g에 지나지 않았고 위장은 텅 비어 있었다.

중간 기착지에 도착하면 신체는 다시 극적으로 변화한다. 심장, 다리 근육, 콩팥, , , 창자가 다시 커진다. 하지만 출발 직전엔 다시 지방에 공간을 내주고 움츠러든다. 도요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서천갯벌은 이들의 생과 사를 좌우하는 곳이다.

<주용기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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