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취재 / 주꾸미가 안잡힌다
■ 심층취재 / 주꾸미가 안잡힌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5.13 09:02
  • 호수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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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전만전 주꾸미 예년의 1/10도 안잡힌다

해양오염으로 치어 방류해도 효과 떨어져
금강하굿둑-북측도류제 등으로 내만형 갯벌이 된 서천 연안
▲간척사업으로 직선화된 해안선. 조류의 흐름이 약해져 뻘이 쌓이게 하는 원인이다.
▲바다 환경의 변화를 설명하는 심우태씨

금강물이 충북 영동이나 옥천 근방 어느 두메마을에서 모래를 싣고 와 서천 앞바다에 부리면 온갖 물고기들이 교대로 이를 차지하며 알을 낳고 물속 일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서천 연안에서는 사시사철 싱싱한 생선이 잡히며 저마다 독특한 미각을 선사했다.

어부들은 2월부터 소라껍질로 만든 그물을 갯벌에 던져넣어 알이 밴 주꾸미를 건져올리기 시작하여 산란을 시작한 주꾸미는 3월이면 절정에 이른다. 이 무렵 동백꽃 흐드러진 동백정 아래에서는 해마다 주꾸미 축제가 열렸다.

<자산어보>에 주꾸미는 한자어로 준어’, 속명을 죽금어(竹今魚)’라 하였고, “크기는 45치에 지나지 않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이 겨우 문어의 반 정도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팔완목 문어과에 속하는 주꾸미는 낙지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낙지보다는 약간 작다. 우리 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 일본·중국·인도·태평양 연안에 분포한다. 연안에서 서식하는 저서성이고 야행성이며, 보통 바위 구멍이나 바위 틈에 숨는다.

▲소라 껍데기에 들어앉아 산란하는 주꾸미
▲소라 껍데기에 들어앉아 산란하는 주꾸미

낙지는 펄 속에 구멍을 파고 살지만 주꾸미는 바다 속 펄 바닥에서 활동하다가 빈 소라껍질이나 조개껍질 등의 아늑한 곳을 찾아 산란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소라방을 이용해 잡는 주꾸미는 낭장망에 걸려 든 주꾸미에 비해 깨끗하고 싱싱할 뿐 아니라 오동통하니 알이 꽉 차 있어서 맛이 좋다.

서천 연안에서 갓잡아 올린 주꾸미 요리는 뛰어난 신선도와 함께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돼 있고 지방이 1%밖에 안돼 저칼로리 다이어트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

요리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산낙지처럼 다리 부분을 잘라 날로도 먹고 봄 향기가 잔뜩 배어있는 냉이와 함께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가 인기이다.

먹물주머니가 터지지 않게 머리 부분을 잘라내고, 다리는 고운 붉은색을 내기 위해 약간의 소금을 넣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살짝 데쳐야 연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리 부분은 살짝 데쳐야 연한 맛을 즐길 수 있으며 알이 들어있는 머리 부분은 푹 익혀 먹어야 좋다.

3월이 오면 서천은 주꾸미 세상이 된다. 포구마다 웃음꽃이 피고 서천이나 장항의 어물전, 시장통, 심지어 버스정류장 등 행인이 많은 곳 어디를 가나 좌판대 위에는 주꾸미가 가득가득 넘쳐났다. 주말이면 제철 주꾸미 맛을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꼬리를 물고 서천을 찾았다.

그러나 흔전만전했던 주꾸미도 한국 서해갯벌의 파괴가 진행되며 이젠 값비싼 귀하신 몸이 됐다. 서천 특화시장에서 주꾸미 1kg4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충남 연안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지난 1일 전북 부안군 격포에서 만난 한 어민은 주꾸미잡이 소라방 2만개를 넣었는데 단 두 마리 잡았다고 말했다.

▲걸어들어가 바지락, 굴 등을 채취해오던 송석리 앞바다 아목섬. 지금은 뻘이 쌓여 들어가지 못한다.
▲걸어들어가 바지락, 굴 등을 채취해오던 송석리 앞바다 아목섬. 지금은 뻘이 쌓여 들어가지 못한다.

마서면 송석리에 사는 어민 심우태씨(75)를 아목섬이 내려다 보이는 그의 집 앞에서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 열 여섯 살 때부터 고기잡이 배를 탔다 한다. 서천군 연안에 대한 산 증인인 셈이다.
저 아목섬에 걸어들어가서 꽃게 같은 것은 그냥 주워왔어

그는 올봄에 주꾸미잡이 소라 2만개를 넣었다.
그물 한번 걷으면 20~30kg 잡았지. 예년의 10분의 1도 안돼.”

서천 연안의 바다 환경을 꿰뚫고 있는 그는 주꾸미가 잡히지 않는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금강하굿둑을 어쩌다 개방을 하는데 썩은 물이 내려와 갯벌이 오염됐어. 썩는 냄새가 나.”
지난해 큰비가 내리기 직전 하굿둑을 여러 번 전면개방 했다. 이것이 바다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했고 더구나 유기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 분해될 틈이 없이 썩었다는 것이다.
그는 북측도류제와 북방파제 등으로 조류 순환이 막혀 뻘이 쌓이는 문제도 바다가 망가지는 원인이라고 말하고 군산화력발전소 온배수도 한 몫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6월 충남도 수산자원연구소는 서해 연안 수산자원 회복과 어업인 소득 증대를 위해 보령, 당진, 홍성, 서산, 서천, 태안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어린 주꾸미 60만 마리와 어린 꽃게 62만 마리를 방류했다. 치어 방류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치어 방류를 해도 살아남는 놈 얼마 안돼.”

서해 연안 어장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와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간척사업으로 직선화된 해안선. 조류의 흐름이 약해져 뻘이 쌓이게 하는 원인이다.
▲간척사업으로 직선화된 해안선. 조류의 흐름이 약해져 뻘이 쌓이게 하는 원인이다.
▲서천 연안을 둘러싼 인공구조물
▲서천 연안을 둘러싼 인공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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