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귀촌 생활 2 
■ 모시장터 / 귀촌 생활 2 
  • 한기수 칼럼위원
  • 승인 2021.05.20 08:14
  • 호수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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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30, 나의 알람시계에서 음악이 울린다.

난 새벽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TV 리모컨을 누른다. 그리곤 뉴스 채널로 돌리고 커피를 준비한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었다. 아니, 나의 아침 풍경이다. 그렇게 뉴스를 시청하고 밖으로 나간다. 밖으로 나온 나는 산책을 하며 오늘은 무얼 할까? 생각하며 밖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기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다. 요즘은 새벽 5시만 되어도 날이 밝기에 530분에 기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무언가 모르게 답답하며 안개 낀 날씨처럼 마음이 무겁다. 이유인즉 5월은 가정의 달이며 51일 근로자의 날부터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과 연관된 날이 참 많다. 그런데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올해에도 우리의 곁을 떠나질 않고, 모든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에는 자녀를 학대하여 심지어 숨지게 하는 사건이 여러 건 일어나 보도되고 있다. 거기에 길에서 쳐다봤다는 이유만으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그것도 자신의 부모보다 나이도 더 많은 노인을 무차별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한마디로 인면수심 사건들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황사에 뒤 덥힌 터널을 한없이 달리고 있는 것처럼 앞이 깜깜하다. 특히 5월은 가정의 달인데, 우린 가정의 달이란 것을 잊고 살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난 귀촌 후 밖엔 강아지 몇 마리와 토종닭과 청계 닭을 조금 기른다. 토종닭은 달걀을 거의 매일 낳아줘, 우리 집 식탁에 도움을 주고, 청계 닭은 달걀을 일주일에 두세 번 낳기에 간식용으로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토종닭은 부화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사다 길러서 그런지 달걀을 품질 않는다.

하지만 청계 닭은 모성이 강해 달걀만 보면 수시로 품고 있다. 요즘도 품고 있는지가 2주가 지났다. 아마 곧 병아리가 태어날 것이다. 잠시도 돌아다니질 않고 달걀만 품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한 모습을 매일 보면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또한, 한편으론 걱정까지 된다. 아마 그리 3주를 품고 있으려면 체중이 꽤 빠질 것이다.

작년 겨울엔 우리 집을 지키는 개가 새끼를 7마리를 낳았다. 날씨가 매우 추울 때라 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는 달리 그 추운 날씨에도 어미는 자기 새끼를 보호하려고, 무한한 애를 쓰는 것을 보았다. 자기 집을 들어갈 때도 혹시 강아지가 밟힐까 봐, 발목을 구부리고 다녔다. 난 그런 어미가 너무 대견해 소고기미역국을 일주일간 정성스럽게 먹였다. 또한, 모르는 사람이나, 다른 짐승이 자기 집 근처에서 서성이면 새끼를 보호하려고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이겨내려고 7마리나 되는 강아지를 자기 몸으로 품어주며 건강하게 잘 키워 줘 봄을 맞이했다. 심지어 주차장이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아도 주인 자동차인지 타인 자동차인지 정확히 구분도 한다. 하물며 짐승도 자기 새끼를 보호하려고 그리 많은 애를 쓰는데, 인간이 인면수심의 사건을 저질러서야 되겠는가?

난 귀촌하여 많은 세상의 이치를 우리 집 짐승들을 보며 더 배워가고 있다. 짐승은 자기를 거두어주는 주인에게는 배신을 안 한다. 그러나 인간은 어떠한가? 물론 일부이겠지만 자신이 필요할 땐, 평생 충성을 다할 것처럼 행동하다도 어려운 시기가 지나면 배신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자신을 구해준 은인에게 범인으로 지목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이 좀 더 자신만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하면 더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화될 것이다.

귀촌 생활 3년째.

농촌 생활이란? 매일 할 일은 끝이 없다. 그러나 매일 이것저것 손을 봐도 농촌 일은 표도 없다. 그냥 할 일만 많을 뿐이다. 특히 요즘처럼 봄엔 풀과의 전쟁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작물을 파종해야 하니 몸이 더욱 바빠지는 것 같다. 얼마 전 텃밭에 옥수수와 강낭콩 갖가지 씨앗을 파종한 것이 봄비에 새싹이 돋았는지, 청계 닭 부화는 어떠한지, 오늘도 또다시 나가서 확인해 보며, 행복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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