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 (38)눈먼 자들의 도시
■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 (38)눈먼 자들의 도시
  • 문영 작가
  • 승인 2021.05.27 21:37
  • 호수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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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어도 이성을 잃으면 눈먼 자
▲책 표지
▲책 표지

<눈먼 자들의 도시>는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199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은 모두 이름이 없다. 의사, 의사의 아내, 맨 먼저 눈이 먼 남자 등으로 표현되는 일곱 사람이 수용소에 감금되었다가 탈출하여 제집으로 돌아가 눈을 뜨는 이야기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전염병처럼 늘어나 도시 전체가 눈먼 사람들로 가득 찬다. 죄를 짓거나 잘못에 대한 응징도 아니다. 정치적 사회적 박해로 갇혀서 사는 죄 없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눈이 먼 것뿐인데, -눈먼 사람들도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에는 따옴표가 전혀 없다. 모두 눈이 멀어 명확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따옴표를 쓰지 않은 문장도 괜찮은 시도다. 눈을 잃으면 다른 감각이 발달하고 본능의 촉수가 눈을 뜬다. 의사의 아내는 눈이 멀지 않았는데도 눈먼 사람들과 합류하여, 사람들과 같이 수용소에 수감된다. 의사의 아내는 생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자신과 자신의 주위 사람들을 돌보며 바른 판단력을 가지고 눈먼 자들을 솔선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눈먼 자들 속에 혼자 눈을 뜨고 있는 의사 아내의 부담과 공포는 엄중했을 것이다. 그녀의 눈은 인간이 마지막에도 잃지 말아야 할 이성을 뜻한다.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던 사람이 소리 지른다. “눈이 안 보여하고. 그 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자꾸 늘어난다. 안과의사는 이 사실을 학회에 알리고, 보건부에 알려 많은 사람이 전염되지 않도록 격리할 것을 요구하며 스스로 격리 장소로 간다.

수용소에는 날마다 눈먼 자들이 수없이 들어와 잠자리와 먹을 것이 태부족이다. 격리된 그들에겐 본능 외에 남은 것이 없다. 먹는 것을 위해 투쟁하고, 화장실이 부족하니 아무 데나 배설하고, 눈먼 깡패 집단이 먹을 독차지하고 그것을 빙자해서 성을 요구한다. 먹고 살기 위해 여자들은 그 요구를 들어준다. 모두 사람이 아닌 눈먼 짐승이 되어간다.

나중에 수용소에 불이 나고, 지키는 사람도 없었던 수용소를 탈출한 눈먼 자들은 먹을 것을 찾으러 도시를 우왕좌왕한다. 폭도가 되어 먹을 것과 잠자리를 차지하려 투쟁을 벌인다. 오직 한 사람 눈뜬 자인 의사의 아내는 위험을 무릅쓰고 동료들의 먹을 것을 찾아다니고, 자기 그룹원들의 집을 찾아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맨 처음 눈이 먼 남자가 눈을 뜬다. 그 기적 같은 일은 계속 다음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눈이 먼 것 외에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앞이 안 보인다는 공포감 때문에 그들은 짐승이 되었다. 우리는 과연 눈을 제대로 뜨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우리는 지금 눈을 뜨고도 먹을 것과 잠자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작가는 눈먼 우리에게 이성을 잃지 않아야 하며, 그중에 올바른 이성을 가진 사람만 있어도, 그가 바른 영도자라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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