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수 칼럼 / ‘돈벌이’ 판이 된 폐기물, 공공의 책임 필요
■ 하승수 칼럼 / ‘돈벌이’ 판이 된 폐기물, 공공의 책임 필요
  • 하승수(변호사, 녹색전환연구소 이사)
  • 승인 2021.06.18 06:21
  • 호수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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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위해 활동하는 공익법률센터 농본을 개소한 지 한 달이 되었다. 그동안 가장 많은 연락이 온 문제는 폐기물문제였다. 주로 농촌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과 편법으로 인해 농촌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었다.

불법의 유형도 매우 다양하다. 농지나 임야, 공장 등에 폐기물을 무허가로 쌓아두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합법적인 허가를 받아놓고, 실제 운영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하수처리오니, 분뇨처리오니 등을 지렁이에게 먹여 분변토를 만드는 업체들이 있다. 페기물 재활용 사업으로 불리는 사업이다. 그런데 오니 등을 반입해서 본래 보관시설 외에 불법으로 쌓아두는 사례가 있다. 당연히 주변에 악취가 날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농촌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게다가 그런 일을 하는 법인이 농업회사법인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세제 혜택 등 갖은 혜택도 받고 있다.

어느 날은 지역 언론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했다면서 농지에 2미터 깊이로 파묻겠다는 업체가 있는데, 이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지역농민들은 퇴비화도 제대로 안 된 음식물쓰레기를 파묻는 것이라면서, 반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충분히 퇴비화가 안 된 비료를 수백톤씩 농지에 파묻는 것은 당연히 문제이다. 그런데 지자체에서는 농지에 사용할 수 있는 퇴비량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면서 단속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찾아보니 비료관리법에 따르면, 이런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환경오염방지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들이 소극적이면 인근 주민들이 악취, 수질오염 등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산업폐기물매립장과 소각장이 돈되는 사업인 것이 알려지면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인허가를 받으려는 업체들이 농촌에서 갖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많은 돈을 써가면서 주민들을 회유하려는 경우들도 있다. 환경과 주민건강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도 있다. 산업단지를 추진한다고 하면서, 그 안에 수백만톤의 페기물을 매립하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오히려 업체편에 서서 .허가에 협조하라는 공문을 지자체와 지방환경청에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폐기물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명백한 불법이 자행되는데도,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와 경찰.검찰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양상도 보인다. 게다가 국가가 방임한 영역에 민간업체들이 뛰어들어 이윤만 보고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전체 폐기물발생량의 89%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폐기물(사업장폐기물, 건설폐기물, 지정폐기물, 의료폐기물)이 문제이다. 이런 산업폐기물의 경우에는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이런 산업폐기물의 처리를 대부분 민간업체에게 맡겨 놓았다. 그나마 생활폐기물의 경우에는 지자체가 일정정도 책임을 지고 있지만, 산업폐기물은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민간업체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갖은 불법,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모펀드들과 건설업체들이 산업폐기물처리업이 돈이 되는 것을 알고 뛰어들고 있다. 최근 운영을 시작한 충북 충주의 한 산업폐기물매립장에는 태영그룹이 지분의 70%를 갖고 있으면서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SBS를 지배하고 있는 바로 그 태영그룹이다. 그리고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사위가 운영하는 사모펀드는 강원도 영월의 석회암 광산에 거대한 규모의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모펀드는 2017년 유명한 시멘트업체인 쌍용씨앤이(구 쌍용양회)의 지분을 77% 인수해서 이런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폐기물은 탐욕의 영역이 되었다. 그로 인해 여러 지역의 주민들이 폐기물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결국 모든 문제는 공공이 책임을 방기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다. 국가가 산업폐기물을 책임지고, 지자체가 생활폐기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공공책임의 원칙부터 확립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야 폐기물관리의 기본인 감량과 재활용도 제대로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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