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 승인 2021.06.30 17:58
  • 호수 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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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는 것도 잊고 공부했다는 공자
송우영
송우영

자왈子曰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 배우고 틈틈히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로 해석되는 이 문장은 동양의 바이블이라는 인간이 만든 책 정점에 선 인생 최고의 교과서 논어 개권 벽두에 나오는 경구다.

배움의 기쁨으로 시작되는 논어책은 공자께서 제자들과 나눈 이런저런 얘기들을 자공이 공자 사후 6년에 걸쳐 시묘를 살면서 엮어놓은 기념비적인 대화록이다. 자공이 논어를 썼다는 근거가 어디 있느냐. 하고 혹자가 묻는다면 논어양화陽貨17-19문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자왈子曰> 나는 말하지 않으려 한다.<여욕무언予欲無言> 자공이 말했다.<자공왈子貢曰> 선생님께서 말씀을 아니하시면<자여불언子如不言> 저는 무엇을 기록하겠습니까.<즉소자하술언則小子何述焉>”

여기 마지막 문장 저는 무엇을 기록하겠습니까라는 대목의 소자하술小子何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부에 관한 한 몸소 모범을 보인 이는 공자가 유일이다. 공자 외에는 그 이전 누구도 없었다. 논어 공야장 5-27문장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자왈子曰> “열 집쯤 되는 작은 고을에도<십실지읍十室之邑> 반드시 나처럼 충성스럽고 믿음직한 사람은 있겠지만<필유충신여구자언必有忠信如丘者焉> 나같이 배우기를 좋아하지는 못하리라.<불여구지호학야不如丘之好學也>”

하루는 공자께서 제자들과 도담을 나누고 계시는데 얼마 전에 죽은 공어孔圉가 공문자라는 시호시호諡號를 받았다는 전갈이 오니 순간 제자들은 술렁였다. 시호는 생전의 언행과 공적에 의하여 정해지며 특히 이라는 시호는 공부의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른 자만이 받을 수 있는 국가적 존숭의 칭호인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선의 두 학자를 거명한다면 대학자 퇴계退溪 시호는 문순文純 이고 율곡栗谷 시호는 문성文成 이다. 공자의 제자들이 술렁인 이유는 그는 위나라 명문가 공씨孔氏 집안의 대부로서 욕심은 많은데 충성심은 부족하고 그렇다고 남에게 빼어나게 덕을 끼친 일도 없다. 다만 그의 선대에 4대조부께서 위나라 성공成公 당시의 유명한 충신 공달孔達이라는 점, 그게 다다. 이 정도의 인물 임에도 불구하고 문이라는 시호를 받았기 때문에 논어 공야장 5-15문장에서 자공이 이렇게 물은 것이다.

자공이 묻는다.<자공문왈子貢問曰> 공문자는 무엇 때문에 문이라고 부릅니까.<공문자하이위지문야孔文子何以謂之文也> 공자는 답한다.<자왈子曰> 그는 영민하고 배우기를 좋아하며<민이호학敏而好學> 자기보다 못한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불치하문不恥下問> 이 때문에 그에게 문이라는 시호를 내린 것이다<시이위지문야是以謂之文也>

공문자는 개인적 인품에 관해서는 문제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부에 관한 한 대단한 열정을 가졌던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공문자는 어려서부터 금수저로 태어나 떵떵거리며 살았다. 그런 탓에 자신의 성품에 결함이 있음을 알았다. 그것을 극복하고 떨쳐내기 위해 평소에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는가는 공자의 이 말을 통해서 증명된 셈이다. 공자가 인정해줄 정도면 그가 비록 대학자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어도 공부에 대한 열정은 익히 인정해 줘야한다.

하루는 섭공이 자로에게 공자가 어떤 분이십니까. 하고 물으니 자로가 대답못한채 돌아와 스승께 섭공 만난 일을 말하니 공자는 매우 서운하다는 투로 말하길 너는 왜 말하지 않았느냐 그 사람됨은 공부를 했다하면 밥먹는 것도 잊고 도를 행했다하면 근심도 잊고 늙음이 닥쳐오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면 될 것을<섭공문공자어자로葉公問孔子於子路 자로불대子路不對 자왈子曰 여해불왈女奚不曰 기위인야其爲人也 발분망식發憤忘食, 락이망우樂以忘憂, 불지로지장지운이不知老之將至云爾.논어술이7-18>

공자는 제자들에게 스스로를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자왈子曰 아비생이지지자我非生而知之者> 옛것을 좋아하여 힘써 빨리 가서 구하는 사람이다<호고민이구지자야好古敏以求之者也.논어술이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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