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공부는 해야 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공부는 해야 한다.
  • 송우영
  • 승인 2021.07.29 18:48
  • 호수 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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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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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770년 천자국 주나라가 낙읍으로 도읍을 옮기고 이후 진나라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한 기원전 220년까지 약 550년의 기간을 역사는 춘추전국시대라 부른다.

춘추시대에는 수많은 제후국의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종과 연횡의 지략이 범람했던 그야말로 약육강식 짐승들의 시간이다. 그러한 잔혹하기 이를데 없는 시간들 속에서도 기라성 같은 생존 전략가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쏟아져 나오기도 했는데 그중하나가 공자가 아내와 헤어진 그해 22<혹 이본엔 23세라고도 함> 겨울 무렵에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경청했다는 정나라 명재상 자산子産이다.

당시 자산은 일국의 재상이었고 공자는 무명소졸에 불과하였다. 그런 자를 자산은 기꺼이 만나 준 것이다. 공자의 명망이 그만큼 컸다는 말이기도 하다. 공자가 자산의 집에서 서너 달 있으면서 듣고보고 배운 것을 논어 공야장 5-15문장에서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께서 자산을 평하기를<자위자산子謂子産> 군자의 도에 네 가지가 있으니<유군자지도사언有君子之道四焉> 첫째 몸가짐이 공손하였으며<기행기야공其行己也恭>, 둘째 윗사람 섬김이 공경스러웠으며<기사상야경其事上也敬>, 셋째 백성 돌봄이 은혜로웠으며<기양민야혜其養民也惠>, 넷째 백성 일 시킴에 마땅함이 있다.<기사민야의其使民也義>”

이를 좌구명은 열자로 압축했는데 자신의 책 좌씨전 양공3112월조에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는 말한다. 사람들이 자산을 어질지 않다고 말하더라도<인위자산불인人謂子產不仁>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오불신야吾不信也> 자산은 정나라 11대 군주 정문공의 아들 정목공穆公 의 손자이며 자국子國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법가서法家書와 병가서兵家書를 통해 문리를 낸 후 유가서儒家書를 섭렵한 특이한 공부 이력의 소유자다. 자산은 조부 목공이 죽기 하루 전까지 옆에 앉혀놓고 가르쳤다고 전하는 인물이다. 정목공이 손자 자산에게 말한다. 어려서는 어른 될 것을 생각해서 공부에 힘쓰고,<소사기장즉무학少思其長則務學> 늙어서는 가족을 생각하여 손자 가르침에 힘쓴다.<노사기사즉무교老思其家則務敎>”

풀어말하면 어려서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고 늙어서는 손자를 잘 가르쳐야한다는 말이다. “본래 공부할 때 가문을 위해 게으름은 버려야 하며<위문휘라爲門諱懶> 집에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집 밖에서는 공부한 티를 안내야 하나니<열내은외熱內隱外> 모르는 것은 책에서 구하고<구서무지求書無知> 지나간 일은 기록으로 남겨두고<,기주과사記做過事> 자식을 가르치되 매로 쳐서라도 가르치며<교자체신敎子體薪> 어려서부터 공부에 힘써야<해제면학孩提勉學> 나이 들어 부귀가 마르지 않으며,<부귀부조富貴不燥> 늙어서도 글은 지을 줄 알아야 하나니<지로제술至老製述> 평생 쓴 글이 자신의 키를 넘어야 한다.<문장과신文章過身>”

이것이 자산이 10세 이전에 조부 정목공과 사숙師叔과 사조師祖 및 태사숙太師叔에게 공부하면서 듣고 보고 배운 것이라 한다. 이렇게 공부한 것이 훗날 공자로부터 검증을 받는데 논어헌문편憲問篇 9에서 자산이 공부한 것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장면을 네 명의 대부의 실례를 들어 설명한다.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정나라에서는 외교문서를 받들매<위명爲命> 대부 비심이 초안을 작성하고,<비심초창치裨諶草創之> 대부 자태숙이 한번더 검토하고,<세숙토론지世叔討論之> 행인대부인 자우가 문장을 또한번 고치고,<행인자우수식行人子羽修飾之> 동리대부인 자산이 최종적으로 문장을 더 아름답게 다듬었다.<동리자산윤색지東里子産潤色之>”

어려서부터 공부를 많이 해두면 어른이 되어서는 물론이려니와 늙어 죽는 날까지 두고두고 쓰임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학이 대체로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면<학체통전적學逮通典籍> 묵은 대체로 일상생활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묵체통습활黙逮通習活> 책을 통한 공부와 일상생활에서 몸에 체득되는 공부가 가장 좋은 공부라고 했다/<학묵선숙신學黙善熟身>

아무리 권하고 또 권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공부하라는 말일 것이다.

어느 시대고 공부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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