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예를 수신의 교과서로 삼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예를 수신의 교과서로 삼다
  • 송우영
  • 승인 2021.08.12 12:21
  • 호수 10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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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 공자孔子의 말 중에 필부불가탈지匹夫不可奪志라 했다. "삼군三軍을 통솔하는 장군을 빼앗을 수 있지만 자거리 한 명의 지아비의 뜻은 빼앗을 수는 없다라는 말이다.

삼군은 일국의 제후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많은 군대다. 일군이 일만 이천오백 명인데 삼군이라면 삼만 칠천오백 명이다. 이 정도의 거대한 군 총사령관도 빼앗아 올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필부의 생각은 빼앗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말한 것인데 존엄성의 출발은 예. 여기서 나온 소설이 아큐정전Q正傳이다. 작가 루쉰魯迅의 작품으로 본명은 주수인周樹人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Q는 욕을 먹어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는 자존감을 갖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자신이 저들을 이겼노라고 생각한다. 곧 정신적 승리다. 원숭이 한 마리 데리고 구걸하는 노인이 있다. 원숭이는 하루종일 재주를 부린다. 사람들은 원숭이의 재주를 보고 돈통에 동전을 던진다. 할아버지는 그 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원숭이는 생각한다. 만약에 내가 여기서 재주를 부리지 않는다면 저 할아버지는 굶어죽고 말거야. 결국 저 할아버지는 나로 인해서 목숨을 연장하고 있는거야. 고로 나는 누군가의 생명도 연장시켜주는 위대한 원숭이다. 오늘도 원숭이는 정신적 승리를 외치며 죽기살기로 재주를 부린다.

루신이 아큐정전을 쓰고 원고를 넘기면서 했다는 말 중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예가 있다. 그 예에 가고 싶다. 어려서부터 예에 일가를 이룬 인물을 꼽는다면 단연 거백옥이 압권이다. 압권이란 말은 당나라 때 과거시험장 용어인데 시험 답안을 가장 잘써낸 답지를 모든 답안지 첫장 맨위에 올려놓는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이 답안지가 여타의 답안지를 눌렀다. 라는 말이다.

공자는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거백옥을 이렇게 평한다. “군자로다<군자재君子哉> 거백옥이여,<거백옥蘧伯玉>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벼슬하고<방유도즉사邦有道則仕> 나라에 도가 없으면<방무도즉邦無道則> 벼슬을 물리고 몸을 거두어 숨기누나<가권이회지可卷而懷之>”

하루는 거백옥이 하인을 시켜 공자 집으로 심부름을 보냈는데 공자가 묻는다. “거백옥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지내시는가<부자하위夫子何爲>” 하인이 답한다<대왈對曰> 생님께서는 하루를 사시면서 소소한 잘못이나마 안 하시려고 애는 쓰시는 것 같은데 그것이 잘안되는가 봅니다.<부자욕과기과이미능야夫子欲寡其過而未能也>” 논어 헌문편憲問篇26문장에 나오는 말이다. 회남자淮南子에는 거백옥은 나이 50세가 되어서야 지난 49년의 삶이 잘못살았음을 알았다<거백옥행년오십이지사구년지비遽伯玉行年五十而知四九年之非>고 기록했고, 장자는 거백옥은 나이가 60이 되어서도 60번 자신을 변화하였다<백옥伯玉 행년육십이육십화行年六十而六十化> 기록한다. 나이가 60살이 됐음에도 스스로를 절차탁마切磋琢磨해가면서 성신극기省身克己하는 삶의 태도를 유지하려는 것이 뭣 때문인가. 이는 예인 연고다. 예시시비행지야禮始是非行止也라했다. 예는 옳고 그름 행하고 멈춤의 시작점이라는 말이다. 물론 오늘 옳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내일도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시일비시래是日非是來> 정나라 재상을 지낸 공손교 정자산의 말이다. 그래서 득예자천지분간得禮者天地分揀이라 했다. 예를 알면 천지를 분간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분간分揀은 선악 대소 경중의 시비를 알아서 대처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사리事理에 분별分別하기가 모자람이 없다는 말이다. 예기禮記 곡례曲禮편은 예를 이렇게 규정한다. “대저 예란<부례자夫禮者> 제 몸처럼 여겨 가까이해야 할 것과 멀리해야 할 것<소이정친소所以定親疎>을 정하며 미심쩍고 의심스러운 것<결혐의決嫌疑>을 결단하며 같은 것과 다른 것<별동이別同異>을 분별하며 옳고 그름<명시비明是非>을 밝힌다.”

여기서 나온 말이 사물잠四勿箴이다. “예 아닌 것은 보지말며<비례물시非禮勿視> 예 아닌 소리는 듣지 말며<비례물청非禮勿聽> 예 아닌 일은 말하지 말며<비례물언非禮勿言> 예 아닌 곳에는 가지 말라<비례물동非禮勿動>”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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