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만에 돌아온 고향, 판교는 안녕하시다”
 “50여년 만에 돌아온 고향, 판교는 안녕하시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8.19 07:46
  • 호수 10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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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살아온 인생, “뒤도 돌아보며 살라” 하네

앞만 보며 바쁘게 살아온 인생을 붙잡고 뒤도 돌아보라며 살라" 하는 곳이 있다. 판교면 현암리. 그곳에 가면 옛날 우리와 함께 한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주조장, 사진관, 약국, 극장, 중국집, 이발관, 철물점, 미장원, 방앗간, 국밥집 등이 있다. 지금도 영업을 하는 곳이 있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생활사적 변화의 모습을 잘 알 수 있는 7곳을 선정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할 예정이다. 판교는 정완희(충남작가회의 회장) 시인의 고향이다. 성장기에 그와 함께 했던 곳을 화보에 담았다.<허정균 기자>

▲옛 판교역 앞
▲옛 판교역 앞

판교는 안녕하신가!

정완희

열여섯에 떠났던 곳을
육십이 넘어 다시 왔구나!

오십여년 만에 돌아온 고향!
판교는 아직 안녕하신가?

판교역은 저 산으로 가버리고
역전자리는 식당들이 되고
우리들의 아버지와 우리들이 다녔던
국민학교는 요양병원이 되고
십리 길을 삼년씩 걸어다녔던

중학교는 아직 남아있구나!
막걸리 만들던 동일주조장
중학교 교장 선생님 심부름 갔다가
금방 쪄서 멍석에 펼쳐내 김이 모락거리는
흰돌 섞인 고두밥을 한주먹 얻어먹은 추억과
장날이면 워낭소리와 음메음메 우는 소들이
수백마리 시끌벅적 복작거렸던 판교 우시장
소를 팔고 사는 사람들과 중개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길가에는 닭과 토끼와 돼지와 염소들이 모이고

한쪽에선 펄펄 끓는 국솥을 걸고 국밥을 팔았다.
일본식 이층 목조건물의 제비집 사진관에서
중학교 졸업사진을 찍고
평생 처음으로 짜장면을 먹었던 동생춘과
교감 선생님 사모님이 하얀 가운의 천사로
약냄새 하얗게 웃어주시던 보건약국을 지나
육촌 형님들이 계시던 판교이발관
화장실 지린내 냄새 속에서
금비 은비 흘러내리는 화면으로 보던
주인공 신영균과 언제나 악역의 허장강이 나오던
중학교 단체 관람의 판교극장

~~! 옛날이여~~!
이제는 늙어가는 친구들이여!
판교는 아직 안녕하시다!

▲동일주조장
▲동일주조장
▲판교중학교
▲판교중학교
▲우시장 터
▲우시장 터
▲중국집 동생춘
▲중국집 동생춘
▲제비집 사진관
▲제비집 사진관
▲보건약국 자리
▲보건약국 자리
▲판교극장
▲판교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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