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어려서 공부가 깊으면 삶이 즐겁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어려서 공부가 깊으면 삶이 즐겁다.
  • 송우영
  • 승인 2021.09.09 08:37
  • 호수 10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우영
송우영

중용 20장에 소이수신所以修身이 있다. ‘? 로써 몸을 닦는다는 말이다. 공자는 몸을 닦음에 대하여 크게 셋으로 토를 다는데 호학好學을 하면 지에 가까워지며 역행力行을 하면 인에 가까워지며 지치知恥를 하면 용에 가까워진다가 그것이다.

이는 소이수신所以修身이란 말에 대한 소이所以를 길게 풀어놓은 것인데 소이수신所以修身이라는 이 말을 더 자세히 풀어놓은 글이 율곡 이이께서 42세 때 아동을 위해 지었다는 격몽요결擊蒙要訣혁구습장革舊習章에 기록되어 있다.

혁구습이란 나의 나쁜 습관을 바꾼다는 말로 혁구습장革舊習章2장 초두의 글은 이렇다.
사람이 비록 공부에 뜻을 두었다 하더라도<인수유지어학人雖有志於學> 용감하게 곧바로 전진하여<이불능용왕직전而不能勇往直前> 공부를 성취하지 못하는 이유는<이유소성취자以有所成就者> 옛날의 습관들이<구습舊習> 공부하겠다는 결심을 막고 무너뜨리기 때문이다<유이저패지야有以沮敗之也> -중략- 만약 뜻을 더욱 굳게 세워 뼈아프게 끊어 버리지 않는다면<약비려지통절若非勵志痛絶> 끝내 공부할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즉종무위학지지의則終無爲學之地矣>”

여기서 호학好學은 공부를 좋아한다는 말이고 역행力行은 공부를 힘써 실행 한다는 말이며 지치知恥는 공부하지 않는 부끄러움이다. 이말에 대한 주례사 격으로 쓰인 말이 청나라 건륭제乾隆帝 때 학자 간암諫菴 양옥승梁玉繩의 경구다.

몸에 낡은 옷을 입는다 해도<궁람루상건襤褸裳䙭> 늙어 머리는 희어지고 생활은 가난하더라도<노곤빈여학老困鬢如鶴> 손에 붙잡고 절대 놓아서는 안되는 것이 있나니<집압장불사執押掌不捨> 옛사람들의 소이<>로서 몸을 지켰다는 수신이다.”

간암諫菴이 유명해진 데는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강학講學을 공자孔子의 춘추春秋 시각으로 풀어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각자위정各自爲政이라는 경구다. 자신의 몸을 제 스스로 정치한다는 뜻이다. 이말은 청나라 사대부가의 자녀교육을 바꿔놓는 명문의 해설서로 인정받는 글이다. 곧 자신의 자주정신으로 자신의 몸의 주인 노릇한다는 말로 누구의 말도 듣지않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스린다는 말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옳은 말인 듯하나 역사는 그 위험성을 기록하고 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2년조에 의하면 기원전 607년 초나라 장왕은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동맹국인 약소국 정나라에 강대국 송나라를 치라고 압박을 한다. 약소국인 정나라 목공穆公은 울며 겨자먹기로 출병을 한다.

결전을 앞둔 직전 밤 송나라 화원華元은 특별히 양고기를 준비하여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먹이며 격려한다. 그러나 수레를 모는 양짐羊斟은 양고기를 먹지않는다. 먹으라 하니 양짐이 말하길 나는 수레를 모는 탓에 전쟁에 나가도 싸울 것도 아닌데 수레를 모는 사람에게까지 양고기를 먹일 필요는 없습니다.”

날이 밝자 전쟁은 치열해졌고 송나라 화원은 양짐에게 수레를 적군이 한적한 오른쪽으로 몰라한다. 그러나 양짐은 화원의 명령과는 달리 수레를 왼쪽으로 몰아 달린다. 당황한 송나라 화원은 큰 소리로 수레를 오른쪽으로 몰라며 다시 말한다. 그러자 양짐이 말한다. “오늘의 나의 몸의 일은 내가 다스리는 것입니다.<주석지양疇昔之羊 자위정子爲政 금일지사今日之事 아위정我爲政>”

그러더니 수레를 몰아 정나라 진중으로 달려갔다. 이로 인해 송나라 화원은 정나라 병사들에게 잡혔고 송나라 병사들은 전쟁에 패해 도망갔고 약소국인 정나라가 송나라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패인은 단 하나다. 사령관 수레를 모는 양짐이 송나라 사령관 화원의 말을 거부한 채 제 생각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전에는 촌철살인을 뛰어넘는 사유가 집약되어있다. 그렇다면 이 말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어려서는 자녀의 자주성이든 독립성이든 좋긴하나 공부에 있어서는 어른의 가르침을 따르라는 말이다. 옛말에 자녀는 어른의 등을 보고 배우며 자란다고 했다. 논어 태백편 증자의 말중에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이라 했다.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말인데 내촌감삼이 말하길 어려서 공부가 깊으면 그 무게를 견디며 먼길도 먼 것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