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금강권역 사라진 포구를 찾아서’를 마치고
■ 기획취재 ‘금강권역 사라진 포구를 찾아서’를 마치고
  • 허정균.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1.09.17 07:37
  • 호수 10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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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생태계, 갯벌생태계 뿐만 아니라
민초들의 역사, 문화까지 말살한 하굿둑
​​​​​​​▲금강하굿둑으로 인해 강과 바다가 단절된 모습
▲금강하굿둑으로 인해 강과 바다가 단절된 모습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은 대부분의 강물이 서해로 흘러들도록 하고 있다. 보통 한반도는 좁은 땅이라 말하지만 이러한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서해안은 지구상 어느 지역보다도 생산력이 높아 많은 인구를 지탱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를 꽃피워왔다. 서해안 갯벌은 이는 자연이 이 땅에 내린 가장 큰 축복이다.

1970년대 들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규모로 갯벌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발달한 토목기술을 앞세워 크고 작은 강 하구를 막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농경지는 넓어졌지만 하구갯벌의 높은 생산력은 사라졌으며 방조제로 가둔 강물은 썩어가기 시작했다. 20-40년이 지난 현재 서해안 대부분의 방조제 안 인공호수가 썩어가 본래 목적인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할 지경에 처해 있다.

뉴스서천이 방조제에 막힌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삽교천의 구만포를 시작으로 대호방조제로 막힌 대호지만과 당진포구, 홍성방조제로 사라진 반농반어의 마을들, 보령방조제로 사라진 광천 포구, 부사방조제로 사라진 웅천포구, 그리고 금강하굿둑으로 막힌 서천의 용산포, 익산의 웅포, 부여의 웅포를 취재하고 금강의 가항종점인 청주까지 방문했다.

서해로 유입되는 강들을 거슬러 올라가 육지 깊숙한 곳에 형성된 포구들은 서해 수산물이 육지로 들어가는 입구로 각자 독특한 문화를 쌓아올리며 번성을 누리던 곳이었다.

대부분 이러한 포구들은 바다에서 밀물이 올라오고 강 상류에서 홍수가 나면 물난리를 겪던 곳이었다. 쌀이 귀했던 시절 방조제의 축조로 이러한 홍수피해를 막고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웅천에서 만난 한 주민은 상류에 댐을 쌓았으니 옛날 같은 물난리는 나지 않을 것이므로 바닷물길을 터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해 간척사업
▲서해 간척사업

방조제의 축조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어버렸으며 강 생태계를 파괴해 어족자원을 말살시켰다. 방조제 밖에서는 토사가 쌓여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밀물 때 치고 올라간 바닷물이 썰물 때 토사를 먼 바다로 끌고 내려가 평형을 유지했는데 이러한 현상이 사라져 방조제 밖의 갯벌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펄갯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서해 어종들의 산란장이 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1971년 네덜란드 라인강 뮤즈강 하구의 하링프리트 댐의 완공으로 바다와 강이 단절돼 회유성 어류가 사라지고 식물종과 물새들의 종이 줄어들었으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해수유통 사전대책을 실행하고 2018년부터 수문을 개방한 결과 47년만에 회유성 어종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낙동강 하굿둑 시험개방을 진행하고 있다. 사라진 어종이 돌아왔다는 소식도 들린다. 금강에서도 하굿둑 개선으로 기수역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금강하굿둑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웅천천, 광천천, 금리천, 삽교천 등 충청권의 모든 하천들에 설치한 하굿둑들의 현 상태를 연구하고 강과 바다가 다시 만나는 일들을 추진해야 한다.<허정균 기자>
 

방조제 건설로 만든 간척지의 논
대규모 공장식 축산단지·태양광발전 단지 들어서

​​​​​​​▲간척지 땅에 들어선 대형 축사. 보령시 천북면
▲간척지 땅에 들어선 대형 축사. 보령시 천북면

기획취재 금강권역 사라진 포구를 찾아서10회에 걸쳐 진행하면서 다행히 매번 현지 주민 한 두 명으로부터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60세가 넘은 분들이다. 몸으로 체득하고 머리에 각인된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하굿둑이나 방조제가 없었을 때 바닷물이 강이나 하천 깊숙이 들고 나던 상황을 생동감 있게 투박한 말투로 증언해 주었다. 참게, 황복, 숭어, 뱀잠어, 재첩 등 여러 가지 생물을 잡고 이를 시장에 팔았던 얘기, 수질이 깨끗해 물놀이를 했던 얘기, 새우젓, 황석어젓 등 각종 젓갈과 소금을 실고 나르던 배들이 포구로 들어오던 얘기, 짠내와 젓갈 냄새가 풍기던 포구에 대한 얘기, 여러 곳에서 돈을 벌려고 포구로 모인 사람들에 대한 얘기, 포구 주변에 들어선 주택과 상점, 식당, 술집들이 즐비했던 골목길에 대한 얘기 등 다양한 기억을 되뇌어 말해주었다. 이와 같이 증언해 주신 얘기와 그리 많지 않은 옛 사진들 속에서 당시 풍요로웠던 포구의 모습이 선하게 그려지는 듯 했다.

불과 30, 40년 전의 모습이었다. 이 얘기를 듣던 나도 과거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방치된 간척지 땅
▲방치된 간척지 땅

이제는 하굿둑이 막히고 방조제가 막히면서 풍성했던 옛 포구의 모습은 사라졌고, 포구에 모였던 사람들도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 떠나갔다. 강경은 아직도 다른 지역의 바닷가에서 생선과 새우를 사다가 젓갈을 만들어 커다란 시장을 크게 형성하고 있다. 금강 물을 거슬러 배로 이송해서 팔던 젓갈이 이제는 차량으로 멀리서 운송해 와 팔고 있다. 몇몇 옛 포구에는 예전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포구가 있었을 때의 상황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곳도 있었지만 아예 아무런 표식도 없는 경우도 대부분이었다. 하굿둑과 방조제 건설에 앞장섰던 정치인들과 개발업자들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의 기억조차 빨리 없애져 버리라고 기원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다시 바닷물이 들어와 옛 포구의 모습이 되살아나게 하는 계획조차 하지 못하게 말이다.

더욱이 하굿둑과 방조제 건설로 만들진 간척지의 논에는 점차 대규모 공장식 축산단지와 대규모 태양광발전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담수호에도 수면에 대규모 태양광발전 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식량 자립을 악화시키고 담수호 수질을 악화시키는 사업이다. 결국 대규모 개발 사업자와 특정인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지원해주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포구의 모

▲홍성방조제. 홍성호는 물은 농업용수로 사용 불가능
▲홍성방조제. 홍성호 물은 농업용수로 사용 불가능

​​​​​​​지금이라도 나이 드신 분들의 기억과 옛 문헌, 옛 사진 속으로만 옛습을 떠올리게 해서는 안 된다. 하굿둑과 방조제 안쪽으로 어느 정도라도 바닷물이 들어오게 하고, 주변 농경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는 취수구를 상류지역으로 옮기거나 일부 농경지를 국가가 매입해 담수호를 조성해 공급하면 된다. 다시 말해 해수유통, 역간척을 시도해야 한다. 일부라도 갯벌과 바다로 되돌리고, 어느 정도라도 옛 포구의 모습이 되돌아오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라졌던 각종 어패류와 생물이 되돌아올 것이고, 풍성한 포구의 모습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보러 오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새로운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다시 포구가 되살아나 삶의 문화가 풍요로워 새로운 공동체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지역 소멸이 아니라 다시 사람들이 찾아와 사는 풍요로운 포구의 마을이 형성될 것이다. 하굿둑과 방조제로 인해 고여있는 물도 흐르게 되어 수질도 개선될 것이다. 또한 담수호 바닥에 퇴적된 섞은 흙도 다시 되살아나게 될 것이다.

물길을 복원하고, 포구를 되살리고, 생태계를 되살리며, 공동체 문화를 재창조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하굿둑과 방조제의 일부 구간을 통해 해수유통이 이루어지길 독자들과 함께 희망해본다.

<주용기 시민기자:전북대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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