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자왈子曰’은 반드시 해야 하는 강제성이 있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자왈子曰’은 반드시 해야 하는 강제성이 있다
  • 송우영
  • 승인 2021.09.18 08:51
  • 호수 1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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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한자 음훈은 지날 과. 같을 유. 아니 불. 미칠 급으로 단순하지만 풀어보면 지나침과 미치지 못함과는 같다. 는 말이다. 세간에는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라든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보다 못하다라고 이해되기도 하는 글인데 바른 이해는 아니지만 근접했다고는 볼 수 있다.

이 말은 논어論語 선진先進11-15문장에서 제자 자공이 스승에게 묻는 말에서 비롯된다. 자공은 재물이 많기가 나라를 살 지경에 이른 인물로 공자가 자공을 제자로 둔 이후로는 죽는 날까지 사는 것에 대한 근심이 없었다 전한다. 그런 거부의 인물임에도 그에게는 고쳐지지 않는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늘 누군가와 비교하는 버릇이 그것이다.

그러던 어느날에 자공이 묻는다.<자공문子貢問> “선생님의 제자 중에서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이 두 사람을 비교하면 누가 더 낫습니까?<사여상야숙현師與商也孰賢>”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자장은 지나치고<사야과師也過> 자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상야불급商也不及>”

자공이 또 말한다. “그렇다면 자장이 조금 낫다는 말씀입니까?<연즉사유여然則師愈與>” 공자는 말한다. <자왈子曰> “지나침이나 미치지 못함이나 같다는 말이다.<과유불급過猶不及>”

이것을 훗날 공자의 손자이자 증자의 제자인 자사는 이렇게 풀어낸다.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도가 행해지지 못하는 이유를<도지불행야道之不行也> 나는 알았으니<아지지의我知之矣> 지혜로운 자는<지자知者> 과하고<과지過之> 어리석은 자는<우자愚者>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불급야不及也> 도가 밝아지지 못하는 이유를<도지불명야道之不明也> 나는 알았으니<아지지의我知之矣> 현자는<현자賢者>는 과하고<과지過之> 불초자는<불초자不肖者>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불급야不及也>”

여기서 말하는 도는<도자道者> 천리의 당연함<천리지당연天理之當然>이라 했다. 중용 4장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에 대한 수식어가 천고불변의千古不變矣라는 말이다. 여기서 의는 문장을 한정짓기도 하고 다음 문장으로 이어주기도 하는데 곧 문장이 의에서 끝나면서 쉼표와 같은 역할로 동시에 어로 연결시켜주지만 말이을 로 쓸 수 없는 다소 완곡한 문장 표기법?, 혹은 구두점 찍는 습관?같은 그 시대에 사용했던 글쓰기 표기법으로 1600년대 후반 사람 청나라 때 이어李魚가 이런 식의 글쓰기를 곧잘 했다고 전한다고 배웠으나 필자의 견식이 서지학이나 훈고학에 좁은 탓에 그것까지는 확인을 못했음을 밝힌다.

이런 어법으로 쓴 문장이 아주 드물게 있기는 한데 논어 술이편7-20문장의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이 그것이다. 공자께서는 괴에 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라는 말로 북송北宋학자 사량좌謝良佐의 말을 빌면 성인은<성인聖人> 떳떳한 일을 말씀하고 괴이한 일을 말씀하지 않으며<어상이불어괴語常而不語怪> 덕을 말씀하고 힘을 말씀하지 않으며<어덕이불어력語德而不語力> 다스려짐을 말씀하고 난리의 일을 말씀하지 않으며<어치이불어난語治而不語亂> 사람의 일을 말씀하고 귀신의 일을 말씀하지 않는다.<어인이불어신語人而不語神>

쉽게 말해서 성인은 괴력난신怪力亂神을 입밖에 내서는 안되면 성인의 입에는 늘 상덕치인常德治人을 말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데 논어에서 어과 달리 강제성이 없다. 논어에서 자왈子曰이라고 말할 때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있다. 그래서 논어의 자왈子曰로 명토박힌 모든 문장은 읽는 이로 하여금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의무는 내가 싫다고 해서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찍이 논어 학이學而1-4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나는 매일 나를 세 가지로 반성하는데<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 남과 일을 도모함에 충실하지 않았는가<위인모이불충호爲人謀而不忠乎> 벗과 사귐에 신의를 어긴 점은 없는가<여붕우교이불신호與朋友交而不信乎> 배운 공부를 반복하여 학습하지 않았는가.<전불습호傳不習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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