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식물원’ 등 납득하지 못할 시설물들
‘사구식물원’ 등 납득하지 못할 시설물들
  • 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1.09.30 02:33
  • 호수 10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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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방문기] 수달·긴팔원숭이 등 본래 살던 곳으로 보내야
▲올해 4월에 뉴질랜드를 출발해서 번식지를 향해 북상하던 큰뒷부리도요(4BWWB)가 머물렀던 용화실못
▲올해 4월에 뉴질랜드를 출발해서 번식지를 향해 북상하던 큰뒷부리도요(4BWWB)가 머물렀던 용화실못

지난 919일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생태원을 방문했다. 국립생태원은 자연환경의 연구와 보전, 전시·교육을 통해 생태가치 확산을 주도하는 생태전문기관이라고 설립 취지를 밝히고 있다. 국립생태원이 과연 설립 취지에 맞게 관리·운영되고 있을까. 추석 연휴를 맞아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한 관람구역을 살펴보았다.

한반도 숲의 외래종 이태리포플러

정문 매표소를 지나면 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바닥 전체가 판석이 깔려 있고 가운데에 커다란 인공조형물과 느티나무 한그루가 심어져 있다. 그런데 인공조형물은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옆에 있는 느티나무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다. 느티나무의 커다란 두 가지 윗부분이 말라 죽어가고 있어 안타까운 모습이다. 차라리 작은 느티나무를 바꾸어 심고, 이 느티나무 주변의 판석을 넓게 제거하여 흙으로 바꾸어 풀이 자라도록 하고, 이 흙을 사람들이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무의 뿌리 생육에 방해가 안될 것이다.

▲외래종인 노랑꽃창포를 심어놓은 모습
▲외래종인 노랑꽃창포를 심어놓은 모습

한반도숲을 보면 이태리포플러 한 그루가 높이 자라고 있는데 이는 자생종이 아닌 외래종이다. 그리고 숲 가장자리에 서식하는 관목와 초본류들을 제거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놔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목과 초본류들이 서식해서 나무들의 줄기부분을 가려주어야 사람들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숲 속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문 매표소에서 방문자센터로 이어지는 진입로에 대형 화분에는 외래종인 야자수를 심어 가로수처럼 늘어놓았다. 외래종인 야자수를 굳이 가로수로 심을 필요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사슴생태원동북아산림동물보호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 머물러 있는 야생동물을 방문객들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밀폐형 관찰대 설치가 필요하다.

금구리못의 가운데에는 조류와 양서파충류가 안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중도(작은 섬)가 있으면 좋겠다. 이는 특히 일광욕을 해야 하는 양서파충류에게 아주 필요한 공간이라 하겠다.

자생하는 꾸지뽕으로 수종 갱신 필요

암석생태원용화실못사이에 산수유나무 단일 수종으로만 심어놓았는데 오히려 다양한 수종으로 심어 놓을 필요가 있다.

용화실못의 한쪽 가장자리에서 중도(작은 섬)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무들이 너무 꽉 들어차 있다. 따라서 가운데에 조류와 양서파충류가 안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중도(작은 섬)가 별도로 설치될 필요가 있다. 이 중도에는 나무와 풀이 자라지 않도록 계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올해 4월에 뉴질랜드를 출발해서 번식지를 향해 북상하던 큰뒷부리도요(4BWWB)가 이곳 용화실못에 잠시 머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 새는 다리에 유색 가락지와 링을 여러 개 매달았고, 꼬리에는 무선위성송신기를 매달았다. 뉴질랜드의 푸코로코로 미란다 도요물떼새 연구단이 붙잡아 매단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뉴스서천1054호에 보도된 바 있다. 그리고 동쪽 편 가장자리에 서식하고 있는 소나무 3그루는 다른 적절한 장소로 이식해야 한다. 용화실못의 수위가 낮아졌을 때 이곳에 소나무 씨앗이 날아와 자연 발아해 자란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가장자리에 위치하게 되어 소나무가 고사할 우려도 있고 습지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책로 옆으로 심어놓은 벚나무 보다는 이곳에 자생하는 꾸지뽕나무로 수종갱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용화실못 제방 우측에 어도가 설치되어 있는데 제일 아랫부분에 가로대를 하나 더 설치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해야 실개천에 있는 물고기들이 어도를 이용해 용화실못 쪽으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해하지 못할 사구식물원

​​​​​​​▲용화실못 옆에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해안사구식물원
▲용화실못 옆에 인위적으로 조성해 놓은 해안사구식물원

한편 용화실못 서쪽에 사구식물원을 조성해 놓았다. 해안가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해안사구를 이곳에 굳이 인위적으로 해안사구를 조정해 놓을 필요가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원래 해안사구는 바닷물이 빠져 나가 있을 때 건조해진 모래가 바람에 날려 해안가에 쌓여 만들어 지는 지형이다. 이 해안사구에 자연스럽게 염분에 견디는 사구식물과 여러 가지 생물들이 서식하게 된다.

그런데 이곳에 많은 예산을 들여 인위적으로 해안사구를 조성하고 이곳에 사구식물을 심어놓은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빗물에 의해 모래가 쓸려 내려가 용화실못을 메꾸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위적으로 다시 모래를 구입해와 계속 공급해야 하고, 그 때마다 용화실못에 퇴적된 모래도 준설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 사구식물원을 없애고 이 지역에 맞는 육상식물을 식재해야 할 것이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멸종위기수생식물원’
▲인위적으로 조성된 ‘멸종위기수생식물원’

멸종위기수생식물원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습지의 토양을 확인해 보니 일반적으로 습지의 토양과는 전혀 맞지 않는 밭 토양이 깔려 있다. 습지 토양은 점토나 가는모래 위주의 고운 입자로 배수가 되지 않는 상태이어야 하는데 이곳의 토양은 대부분 모래 수준을 넘는 거친 입자이여서 습지 토양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예전에 있었던 논습지의 토양을 그대로 보관했다가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고, 예산 절감도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습지 가장자리의 경사도를 보다 더 완만하게 했으면 수심에 따라 다양한 수생식물이 서식하기에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습지에 멸종위기종인 가시연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 가시연은 이미 수생식물원에도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또 이곳에 조성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차라리 이곳의 논 습지를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고 그대로 두고서 자연습지로 변화해 가는 천이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또한 습지 주변으로 낙우송과 이팝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았는데 오히려 버드나무로 수종갱신을 해주기 바란다. 한편 이 습지 주변에는 외래종인 노랑꽃창포를 심어놓아 주변 생태계를 추가로 훼손시키고 있다. 당장 제거해야 한다.

습지식물원에 세워져 있는 큰고랭이설명판은 현재 서식하고 있는 종과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큰고랭이가 서식하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

수달, 야생으로 방생해야

에코리움 앞에 위치한 에코리움둠벙(습지)’을 확인해 보니 6월부터 습지 개선사업을 진행한다면서 구덩이를 깊게 파는 공사를 하고 있다. 왜 이렇게 공사를 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습지의 면적이 작고 폭이 좁은데도 불구하고 경사도를 급하게 해서 가운데를 아주 깊게 파낸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습지를 복원하려면 경사도를 완만하게 해서 수심에 따라 다양한 습지식물이 서식하도록 하면 좋았을 것이다. 이곳 습지의 면적과 형태를 보면 습지의 깊이를 이렇게 6미터나 될 정도로 깊이 파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

에코리움 옆에 투명판으로 울타리를 치고 수달을 각각 한 마리씩 분리하여 가두어 놓고 있다.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라면 야생으로 방생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계속 가두어 기른다면 이들의 생존에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 동물원처럼 굳이 가두어 기를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이 투명판에 부딪히지 않고 피해갈 수 있도록 조류충돌 방지테이프를 격자모양으로 부착해 놓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인공적으로 만든 ‘긴팔원숭이섬’
▲인공적으로 만든 ‘긴팔원숭이섬’

긴팔원숭이섬에는 인공적으로 만든 집과 주변 나무 위를 왔다 갔다 하는 원숭이들이 보였다. 몇 년 전에는 이런 시설을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새롭게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안내판을 보니 흰손긴팔원숭이와 노랑뺨볏긴팔원숭이를 들여와 놓은 모양이다. 왜 이렇게 살아있는 원숭이를 들여와 관람을 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외부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서 원숭이들이 국립생태원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지금이라도 원래 살았던 장소로 되돌려 보내주어야 한다.

생태적 관점에서 개선 필요

마지막으로 주차장으로 되돌아 나왔다. 주차장 바닥을 보니 틈이 있는 보도블록을 깔아놓아 보도블록 사이로 풀이 자라나 있었다. 이 같은 공법은 그나마 잘 한 공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곳 주차장에 주차된 차보다 높게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해 생산된 전기를 생태원의 각종 시설물에 공급하고, 그 아래에는 차를 주차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더욱이 국립생태원의 모든 건물의 옥상과 벽면, 주차장, 보행로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소규모 분산형으로 설치해 에너지 자립에도 적극 나서 주기를 바란다. 환경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한다면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비를 확보해 이를 적극 실행해 주기를 바란다.

▲에코리움 앞에 위치한 ‘에코리움둠벙(습지)_를 깊이 파버린 모습
▲에코리움 앞에 위치한 ‘에코리움둠벙(습지)

​​​​​​​국립생태원의 관람구역을 돌아본 결과, 전반적으로 생태학적인 관점이 아니라 조경적 관점으로 일반적인 대중 공원을 조성하듯이 복원을 하고 관리를 하는 상황으로 판단됐다. 더욱이 생태학을 공부하고 생태계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많은 국립생태원에서 생태공간을 이렇게 조성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연 누가 국내외에 모범적인 장소로 내놓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간다. 결국 우리 생물학계의 한계와 학문의 수준의 부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이 들어 이곳을 돌아보는 내내 안타까움과 함께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꼈다. 더욱이 국립생태원이 습지 연구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국가습지센터를 산하에 두고 있음에도 이렇게 부실하게 습지를 복원하고 관리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만약 개선되지 않고 계속 이대로 유지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이곳을 견본 삼아 잘못 복원되고 관리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립생태원이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적극 검토해 개선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해야 국립생태원이 스스로 설립취지에 맞게 실천하는 것이라 평가받을 것이다. 다음 기회에 국립생태원을 방문했을 때 보다 나은 생태공간으로 전환되었기를 기대해 본다.

<주용기 시민기자/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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