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퇴직 교사의 설익은 단상
■ 모시장터 / 퇴직 교사의 설익은 단상
  • 김윤수 칼럼위원
  • 승인 2021.09.30 02:57
  • 호수 10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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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추락되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선생님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거나 사랑의 매라는 표현은 이미 죽은 말이다. 무례한 아이들이 말대꾸만 꼬박꼬박하면서 대들 때나 수업을 방해하더라도 교사는 참을 인이라는 글자를 수도 없이 가슴에 되새기며 인내심을 기른다. 폭력 교사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신고당하지 않으려면 학생을 때리는 무모함을 절대로 시도해서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 교사의 때린 행위만 부각되어 죄인이 되고 말 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부모와 학생이 교사에게 먼저 사과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 교사는 감정의 동물이 되어서도 안 되고 성인군자에 버금가는 인격을 지니기 위해 무던히 애써야 한다. 교사라는 권위와 자존감에 구멍이 나더라도 말이다.

집에서도 잘 안 되는 교육을 학교에다 내맡기면 아이들의 교육이 저절로 잘 될까. 사회의 여론조차 모든 잘못을 교사와 학교 탓으로 돌리기 일쑤이다. 가정 교육에 비하면 너무나 짧은 시간 - 일 년, 또는 한 주의 몇 시간 - 동안 많은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가 얼마만큼 아이들을 바꿀 수 있을까. 학교의 규칙과 교사의 가르침을 위반하는, 예를 들면, 수업 중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밤새 휴대폰과 컴퓨터 게임에 지쳐 학교에서 종일 잠만 자거나 욕설이 일상어인 아이의 행동에 몇 번의 주의와 훈육으로 아이들이 쉽게 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사의 의무를 소홀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손님이 되고 왕이 되어버린 교육 현실에서 아이의 오래된 잘못된 습관이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쉽게 고쳐지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뜻이다. 나 자신이 이제 꼰대가 되었다고 여기지만 학생의 잘못보다 교사의 잘못부터 먼저 따지는 세상이지 않던가.

상담을 하면서 들은 어떤 아이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아이는 부모를 존경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부모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감동을 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자식에게 감동을 주고 존경받는 부모가 될까. 어떻게 하면 존경받는 선생님이 될까. 내 아이가 존경받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을 남과 더불어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의 기본권도 보장받아야 하겠지만 진심으로 남을 대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에 있지 않을까 한다.

너무 귀한 내 아이라서 야단도 못치고 쩔쩔매며 아이가 하자는 대로 끌려가거나 아이가 잘못된 길을 가는데도 방치하고 편만 든다면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 자식은 부모의 상전이 되어 부모를 우습게 알고 부모를 마음대로 조종한다. 자신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잔소리를 한다고 길러주신 할머니를 죽인 10, 모르는 할머니에게 담배를 사 오라며 때리고 낄낄거리는 10,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며 부모를 죽인 끔찍한 이야기가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잘못된 가치관으로 인해 잘못을 저지르고 인생이 망가지는 아이들의 책임 너머엔 어두운 세상과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의 책임이 있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를 가르친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의 권위도 떨어지고 교사가 존경받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또한 학생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각종 조례 및 제도 개선 등의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제도화하는 반면에 교사의 인권은 오히려 추락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조작된 신고로 인한 조사 과정에서 누명과 인권유린을 당하여 목숨을 잃은 교사도 있었다. 그래서 또 생각한다. 학생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사의 인권 침해 문제만이라도 합리적인 처리를 하고, 학생 인권을 매개로 교사의 인권도 보장되는 법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권리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며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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