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점포 안에 들어서자 오할아버지의 손때 뭍은 공구와 부품들이 먼저 반겼다.
오할아버지는 22살에 한국전쟁에 참전, 5년만에 제대후 형이 운영하던 자전거점을 인수받아 지금까지 운영한다.
낡고 고장난 자전거를 새 것으로 만드는 오할아버지는 “낭비 풍조가 만연한 시대지만 어떤 물건이든 고쳐 쓰고 아껴 쓰는 것이 어려운 나라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며 절약정신을 강조한다.
요 몇년 사이 자전거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많아 하찮은 것이 되었지만 30∼40년 전만 해도 한 마을에 겨우 한 두 대 밖에 없는 귀한 교통수단이었다. 80년대부터는 부흥기를 맞았는데 서천지역에 자전거 수리점이 10여 군데나 될 정도였다. 고장나면 새로 사는 것에 익숙한 지금과는 달리, 그 때만 해도 자전거가 고물이 될 때까지 수리하여 사용했다.
수리점은 자전거 도둑이 많았기에 경찰서장의 허가가 있어야 개업을 할 수 있었고, 헌 자전거를 매입하거나 매도할 시에는 증인이 있어야 했다. 헌 자전거는 전국특종물연합회에서 관리했는데 지금은 서천분회 몇몇 사람만이 친목도모를 위해 한 달에 한번씩 모임을 가질 뿐이다.
오할아버지는 나이가 들면서 직업병으로 관절염이 생기고 자전거 수리 수요도 줄어 문을 닫고싶지만 단골이 찾아와 수리를 부탁하며 동네 할아버지들의 모임 장소가 되어버려 문을 닫을 수가 없기에 힘이 다할 때까지는 수리점을 운영하고 싶단다.
“자전거는 연료 없이 거리 이동을 할 수 있는 이점과 자연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점 뿐만 아니라 신체운동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교통수단이 없다”며 오할아버지는 자전거 사용을 권장한다.
또한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 속에서 자전거가 차보다는 느리지만 그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살아가길 바란다”며 너털웃음을 지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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