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이야기 /(11)분꽃
■ 꽃 이야기 /(11)분꽃
  • 문영작가
  • 승인 2021.10.22 06:30
  • 호수 10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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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여자로 살고 싶었던 남장 공주의 슬픈 넋
▲분꽃
▲분꽃

분꽃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저녁에 피는 꽃입니다. 10월 초에 시골집에 갔을 때 마당 가에 피었던 분꽃은 어젯밤 한파로 얼어버렸겠네요.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가 잔뜩 있었는데.

시계가 귀하던 시절의 여인들은 분꽃 개화에 맞춰 저녁밥을 지었다고 합니다. 내가 관찰해보니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5시경이면 영락없이 꽃이 피었지요.

옛날에는 삽작문 안에 들어서면 정갈하게 빗질 된 마당 끝에 채송화, 맨드라미, 분꽃, 봉숭아, 해바라기가 피어 집안이 화사했지요. 요즈음은 시골집에 가도 예전부터 보던 꽃들을 보기힘듭니다. 살기는 좋아졌는데 마음 밭을 시멘트로 발라놓아 버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분꽃의 원산지는 남미의 페루인데, 꽃 이야기는 폴란드의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폴란드의 어느 성주에게는 아이가 없었답니다. 기다리던 끝에 아이를 낳았는데 예쁜 공주였대요. 성주는 자신의 대를 이을 아들이 필요했는데 딸을 낳아서 몹시 서운하였습니다.

성주는 왕자를 낳았다고 공표하고 딸을 아들로 키웠습니다. 남자 옷을 입히고 무술을 가르쳤으며 말도 남자의 목소리로 말하게 했답니다. 성주는 딸의 이름을 미나비리스라고 짓고 자신의 보검을 물려주며 자신이 죽으면 뒤를 이어 성주가 되라고 말했습니다. 딸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씩씩하고 훌륭한 남자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미니비리스 공주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공주는 아버지에게, 여자로 살며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성주인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성은 누가 다스릴 것이냐?” 하면서.

그날 밤 목소리마저 남자의 것으로 흉내 내고 살았던 미나비리스 공주는 땅바닥에 자신이 지니고 다녔던 보검을 내리꽂고 본래 목소리인 여자의 소리로 슬피 울었습니다. 그리고 어디로 떠났는지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답니다.

이듬해 미나비리스 공주가 땅에 꽂은 보검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었는데 그게 바로 분꽃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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