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 가을
김여옥
살과 뼈를 풍화하여
고요의 중심으로 들어간
갈대는 더욱 순정해졌다
여린 햇살 한 줌이 아쉬워
해바라기는 숨을 떨구고
힘껏 볼 불린 다람쥐 뒤로
매서운 들고양이의 불켠 눈
내 새끼들은 언제 온다냐
마른 콩대 같은 밤골할매
갈퀴손으로 홍시를 딴다
집어등 매단 갑오징어배 위로
출항을 준비하는 갈매기 여럿
홍원항 치자빛 노을에
까치밥이 붉게 익어간다
○김여옥 시인
-1991. 연작시 <제자리 되찾기> 5편 당선으로 등단
-<자유문학> 편집장과 발행인, <월간문학> 편집국장 역임
-시집으로 <제자리 되찾기> <너에게 사로잡히다> <잘못 든 길도 길이다> 외 동인시집 다수
-2014년 서천 서면으로 귀촌
- 현재 서천읍 거주. <서천보청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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