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아볼 수 없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아볼 수 없다
  • 뉴스서천
  • 승인 2021.12.31 08:44
  • 호수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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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송우영

정자는 말한다.<정자왈程子曰>

공부하는 자는 모름지기 실제공부에 힘써야지<학자수시무실學者須是務實> 이름을 알리는 데 요점을 두면 안 된다.<불요근명不要近名> 이름알리기를 가까이 하는 데 뜻을 두면<유의근명有意近名> 큰 근본을 잃는 것이니.<대본이실大本已失> 다시 무엇을 배우겠는가.<경학하사更學何事> 공부하는 것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 한다면<위명이학爲名而學> 이런 공부는 위.<즉시위야則是僞也> 오늘날 공부하는 자는<금지학자今之學者> 대체로 이름나기를 위하는데<대저위명大抵爲名>, 이름이 나는 것과 잇속을 챙기는 것이<위명여위리爲名與爲利> 비록 고상하고 비루한 차이는 있지만<수청탁불동雖淸濁不同> 그럼에도 그것이 탐욕의 마음이다는 점에서는 같다.<연기이심즉일야然其利心則一也>논어안연편12-20문장 자장의 물음을 공자답변에 대한 정자의 주석이다.”

자장은 공자의 말째 제자로 스승 공자와는 무려 50년에 가까운, 기록에 따르면 48세의 나이차를 갖는 제자다. 공자 나이 70세때 자장의 나이 22세로 자장은 공부에 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하면 출세를 하느냐, 여기에 인생 전부를 건 인물이다. 논어위정편2-8문장의 기록을 이해쉽게 풀어쓴다면 이렇다.

자장이 벼슬을 구하는 공부를 물으니<자장학간록子張學干祿>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많이 듣고서<다문多聞> 혹시라도 의심날만한 일까지 듣게 된다면 그것은 그냥 놔두고<궐의闕疑> 그리고 그 외의 나머지 것에 대하여서도 말을 삼간다면<신언기여愼言其餘> 욕먹을 일이 적을 것이며,<즉과우則寡尤> 또 많이 보되<다견多見> 본 것 중에서 알 수 없는 것들은 그대로 놔두고<궐태闕殆> 그 외의 것들에 대해 행동을 삼간다면<신항기여愼行其餘> 후회할 일이 적을 것이며,<즉과회則寡悔>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토를 달지 않는다면 말에 허물이 적을 것이고,<언과우言寡尤> 행동에는 후회할 일이 적을 것이다.<행과회行寡悔> 이쯤되면 벼슬은 그 속에 있게 된다.<녹재기중의祿在其中矣>”

자장이 물은 것은 벼슬을 하고 싶어서 물었는데 스승의 답변은 말은 맞는 거 같은데 가슴에 닿지가 않았다. 약관의 나이 자장은 그야말로 높은 벼슬에 앉아 폼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공자의 제자가 되어 물었는데 스승의 답변은 도무지 성에 안찼던 것이다.

자장은 논어 마지막 요왈편 2문장에서까지 또 묻기를 어떻게 하면 벼슬할 수 있습니까라며 오로지 출세만을 위해 스승 공자가 죽음에 임종하는 그 순간까지 묻고 또 물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스승 공자는 앞전의 두루뭉술한 답변과는 달리 명확한 천고의 답변을 한다. 여기서 공자는 세 개를 말해준다.

첫째 천명을 알지못하면<부지명不知命> 군자가 될 수 없다.<무이위군자야無以爲君子也> 둘째 예를 알지 못하면<부지례不知禮> 사람들 앞에 설 수가 없다.<무이립야無以立也> 셋째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면<부지언不知言> 사람을 알아볼 수 없다.<무이지인無以知人也>

이 세 개의 말을 공부하고 담을 싼 자장이 알아듣기에는 역량부족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자장은 여기서 세번째 사람을 알아볼 수 없다는 말. 곧 사람을 알아본다에 일생을 건다. 사람을 안다<지인知人>할 때의 지지시문야知始文也라 하여 앎의 시작은 문이라는 말인데 문의 고어古語는 지금 우리가 쓰는 글자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무늬까지를 포함한다. 그리고 인은 고어에 따르면 머리를 숙이고 양손바닥은 땅을 닿게 한 상태를 인이라 한다. 이상태가 되려면 무릎 상태에서 절하는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곧 인문人文이라는 말 속에는 사람에 대한 존숭과 경외를 내함한다. 여기서 인문학은 시작된다.

인문학에서 이 존재할 수가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것 중에서<천지지간만물지중天地之間萬物之中> 오직 사람이<유인惟人> 가장 귀하다.<최귀最貴> 조선시대 어린 자녀에게 인문학의 정수를 가르쳐주는 동몽선습 첫줄에 나오는 말이다. 문심조룡文心雕龍은 이렇게 말한다. “인문의 시작은<인문지원人文之元> 태극에서 비롯된다.<조자태극肇自太極> 자연의 도에 대한 깊은 통찰은<유찬신명幽讚神明> 주역의 괘상을 최초로 삼는다.<역상유선易象惟先>”

논어 선진편11-19장에서 벼슬 안할거면 착하게 살면 된 거지 굳이 공부가 필요합니까?” 하고 자장이 물으니 공자가 답한다. “나쁘지는 않다만 격이 높은사람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자장이 공부는 그다지 별로였어도 벼슬에 대해 질문하면서 스승 공자로하여금 인문학에 대한 답변을 끌어냈다는 점에서는 자장은 훌륭한 제자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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