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자의 역사비평서 ‘춘추’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자의 역사비평서 ‘춘추’
  • 송우영
  • 승인 2022.01.28 01:57
  • 호수 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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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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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문을 처음 연 인류의 사표 공자는 68세에 철환주유 마치고<육팔향환철六八香環轍> 70세에 이르러 춘추경을 지으셨다.<장국춘추경杖國春秋經>

춘추라는 책은 주왕조시대의 제후국이던 노나라의 열 네명의 제후의 역사로 기원전 722년 은공원년으로 시작해서 기원전481년 애공14년까지의 노나라 열두 제후의 재위 242년간의 역사를 산삭刪削 편수編修하여 연대순으로 역사를 기록한 편년체編年體로 엮은 역사학의 경전이다.

여기서 두 명의 제후 17대 제후 노군魯君 의 기록과 24대 제후 노군魯君희야姬野의 기록은 제외된다.

노군 반은 노장공의 아들로 중손경보에게 죽임을 당하고 노양공의 아들인 희야는 노나라 제후가 된지 3개월만에 사망한다. 17대 노군 반과 24대 노군 희야를 춘추에 기록하지 않음은 필삭筆削이라한다. 이미 써놓여진 글에 더쓸 것은 더 쓰고 깎을 것은 깎는다는 말이다.

필삭이란 용어는 자칫하다가는 역사왜곡이라는 오명과 함께 수렁에 함몰될 수 있는 위험한 말이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편에서 공자의 말을 빌어 이렇게 변호한다. 공자께서 춘추를 기록함에<지어위춘추至於爲春秋> 기록할 것은 기록하고<필즉필筆則筆> 삭제할 것은 삭제했다.<삭즉삭削則削> 바로 이 문장 한 구절이 훗날 지식인과 역사가와 주경가들에 의해서 역사에 죄를 짓는 위정자들에 대한 대의명분大義名分에 입각한 추상같은 춘추필법春秋筆法으로 잉태된다.

여기서 또아리를 튼 것이 포폄褒貶이다. 징비록懲毖錄을 쓴 서애 유성룡은 1592년 임진년 4월 초하루 동틀 무렵 신립 장군과 나눈 대화를 기록하면서 했다는 말 중에 하나가 역사는 포폄褒貶정신이다라고 전한다.

포폄褒貶에서 포는 기릴 포로 쓰며 폄은 깎아내릴 폄으로 훈독한다. 곧 포는 칭찬한다는 말이고 폄은 깍아내린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역사가 포폄 정신인 이유가 뭘까. 무경십서중 무경9서삼략 제1편상략 군참軍讖편에 나오는 말이다. 간웅들은 서로를 칭송하며<간웅상칭姦雄相稱> 군주의 눈을 가려<장폐주명障蔽主明> 시비를 판단하지 못하게 하며<훼예병흥毁譽幷興> 군주의 귀를 막고<옹색주총壅塞主聰> 저들끼리 비호하며 조정을 장악하여<각아소사各阿所私> 군주로 하여금 충성된 신하를 못만나게 한다.<령주실충令主失忠> 이것을 정론직필로 바로 고쳐 세상에 알리는 것이 포폄褒貶정신에 입각한 춘추필법이다.

한고조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장자방 유후 장량은 훼예병흥毁譽幷興에서 훼예毁譽는 포폄褒貶과 같은 말로 이해 했다 한다.

고전에서 춘추에 관한 첫 문헌 전술자는 공자보다 180여년 뒤의 사람인 맹자의 기록이 유일이다. 맹자는 자식이 아버지를 살하고 신하가 임금을 시하는 살부시군殺父弑君의 극악무도함을 우려하여 공자께서 친히 춘추를 편수編修하셨다며 금도를 뛰어넘는 말을 하는데 공자께서 춘추를 완성하시니 난신적자가 두려워했다<孔子成春秋而亂臣賊子懼/孟子滕文公章句下篇>”가 그 말이다.

이 논리는 지식인과 저자거리의 장삼이사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역사를 보는 공정과 정의와 상식을 재는 잣대가 되어 추상같은 기준과 원칙으로 엄정하게 일반대중의 뇌리에 각인되어있다. 공자는 자신만이 갖고있는 명하론名河論<이름이 강물처럼 흘러 천하에 떨치다>을 논어 위령공15-19문장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군자는 죽음에 이르러 한가지 근심이 있나니<군자질몰세君子疾沒世>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이 그것이다.<이명불칭언而名不稱焉>”

이런 명하론을 바탕으로 기록한 것이 춘추다. 공자孔子는 자신이 노년에 편수한 춘추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찔렀는데 그 강개함을 이렇게 기록한다. “후세에 나를 알아줄 자도 춘추요<후세지구자이춘추後世知丘者以春秋> 나를 죄 줄자도 또한 춘추다.<而罪丘者亦以春秋> 춘추는 주나라 왕만이 정통임금의 나라이며 그 외 다른 나라들은 모두 신하의 나라다라는 사실을 천명키 위한 공자의 역사비평서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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