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오는 봄에도 꽃은 피는가
■ 모시장터 / 오는 봄에도 꽃은 피는가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22.03.04 03:21
  • 호수 10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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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복 칼럼위원
권기복 칼럼위원

긴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기지개를 켠다는 경칩(驚蟄)을 맞이하고 있다. 이 땅의 모든 동식물들이 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봄의 뜨락으로 우르르 뛰쳐나오고 있다. 이미 바람의 방향이 바뀐 들녘 한 편에서는 냉이를 캐는 모습이 자주 눈에 뜨인다.

그러나 우리 인간 세상은 극심한 한파에 시달리는 한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끝을 알 수 없고,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분열의 상처가 낭자하기만 하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초고속으로 내닫는 과학기술에 휩쓸려 살고 있다. 한 달만 자연인으로 살게 된다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매일같이 새로운 지식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가 꿈꾸고 상상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고, 당장 내 손에 쥐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21세기에 지구촌의 가장 큰 이슈는 인권이다. 민주주의의 근본이념인 인간 존중의 구현체가 바로 인권이기 때문이다. 인권 앞에서는 인종이나 지위, 성별의 차이를 따질 수 없다. 인간이기 때문에 무조건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생활 등을 영위하는 목적이 인권보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우리는 20년 전에 꿈꾸었던 무지갯빛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한 것이 틀림없다. 한 손에는 과학기술의 여의봉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인권을 쥐었으니 이보다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지구촌 사람들에게 당신은 현재 꿈처럼 행복한가?’라고 물으면, 대다수는 머리를 가로저을 것이다. 그 대다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탐욕에 젖어서 부정하는 것이겠는가? 그들은 여의봉 대신에 썩은 막대기를 들고, 허울뿐인 인권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는 꿈과 현실의 괴리만 극대화시키는 절망의 늪이었다.

현대사회의 급속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도미노처럼 경제적 파탄에 휘말리고 있다. 또한 패권주의와 독재정치 야욕에 젖어 입으로는 인권을 노래하고, 손으로는 총을 무참히 난사하는 미치광이 위정자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들이 바로 이 순간에도 인류의 인권을 유린하고, 글로벌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

작금의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만 보아도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의 끝을 헤아릴 수가 없다. 군부 독재로부터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를 회복하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미얀마 시민들의 인권 말살 상황을 우리는 1년 넘게 바라만 보고 있다. 패권주의자들의 틈에 끼어 저항의 기치를 올리면서 피를 뿌리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인권은 누가 지켜줄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대자연의 화합은 봄을 빚어내고 있다. 그 결실은 머지않아 산과 들에 온갖 꽃들이 가득할 것이다. 그 속에서 수많은 동물과 곤충들이 꽃길을 누비며 장엄한 교향곡을 연주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의 탐욕이 빚어낸 갈등과 분열의 포화는 대자연의 순리마저 무참히 짓밟고 있다.

과연, 오는 봄에도 꽃은 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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