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없는 장암리 오리과 철새들 차지
주민 없는 장암리 오리과 철새들 차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2.03.04 09:57
  • 호수 10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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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큰기러기·물닭 등 찾아와 월동

대체어항 입구 도로변 가림막 설치 필요
▲오염토 정화 후 생겨난 습지
▲오염토 정화 후 생겨난 습지

큰고니들을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을까? 지난 27일 장항읍 장암리를 찾아은 한 탐조객은 연신 감탄해 마지 않았다.

장암리(長巖里)’라는 지명에는 긴 바위라는 뜻이 담겨있다. 송림포구에서부터 해안을 따라 나지막한 산줄기가 이어지다 우뚝 전망산으로 솟아올라 멈추었다. 마치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다.

이곳은 천리를 달려온 금강물이 서해로 들어가는 어귀이다. 장암이라는 지명은 고려 때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처음 등장한다.


기벌포는 장암 또는 손량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화포 또는 백강이라고 하니, 백강이 곧 기벌포이다. 伎伐浦 卽長巖, 又孫梁, 一作只火浦, 又白江, 白江 卽伎伐浦

일제는 1936년 이곳에 제련소를 들여앉히고 전망산 정상에 높은 굴뚝을 세웠다. 이때부터 마을의 운명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때는 제련소로 인해 번영을 누렸다지만 속으로는 썩어가고 있었다. 제련소에서 나오는 중금속 찌꺼기가 토양에 내려앉아 오염지대가 된 것이다. 100여세대가 살았는데 한 집 건너 두 집이 암집이었다.

2007년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정부는 제련소 굴뚝 반경 1.5km의 토지와 민가를 모두 매입해 정화작업을 벌였다. 마을 사람들은 몇 푼의 보상금을 받아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수천 년 내려온 마을이 해체된 것이다.

제련소가 들어서며 매립한 만을 다시 파헤쳐 중금속을 거둬냈다. 그 자리에 갈대와 풀들이 자라기 시작했고 움푹 패인 곳에 물이 고이자 철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이곳은 큰고니, 큰기러기, 물닭 등 철새들이 찾아와 보금자리로 삼았다. 물에 잠긴 수초들은 이들의 훌륭한 먹이가 되었다.

이곳 오염토정화지역의 활용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습지로 복원해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 서 있다. 그러나 이미 철새들의 월동지 역할을 하고 있다. 습지와 맞닿은 도로변에 가림막 설치가 필요하다.

▲조선 영조 때 만든 해동지도에 표기된 서천포와 장암리 전망산
▲조선 영조 때 만든 해동지도에 표기된 서천포와 장암리 전망산
▲큰고니
▲큰고니
▲논병아리
▲논병아리
▲큰기러기
▲큰기러기
▲물닭
▲물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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