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어항 입구 도로변 가림막 설치 필요
큰고니들을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을까? 지난 27일 장항읍 장암리를 찾아은 한 탐조객은 연신 감탄해 마지 않았다.
‘장암리(長巖里)’라는 지명에는 ‘긴 바위’라는 뜻이 담겨있다. 송림포구에서부터 해안을 따라 나지막한 산줄기가 이어지다 우뚝 전망산으로 솟아올라 멈추었다. 마치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다.
이곳은 천리를 달려온 금강물이 서해로 들어가는 어귀이다. 장암이라는 지명은 고려 때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처음 등장한다.
“기벌포는 장암 또는 손량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화포 또는 백강이라고 하니, 백강이 곧 기벌포이다. 伎伐浦 卽長巖, 又孫梁, 一作只火浦, 又白江, 白江 卽伎伐浦”
일제는 1936년 이곳에 제련소를 들여앉히고 전망산 정상에 높은 굴뚝을 세웠다. 이때부터 마을의 운명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때는 제련소로 인해 번영을 누렸다지만 속으로는 썩어가고 있었다. 제련소에서 나오는 중금속 찌꺼기가 토양에 내려앉아 오염지대가 된 것이다. 100여세대가 살았는데 한 집 건너 두 집이 ‘암집’이었다.
2007년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정부는 제련소 굴뚝 반경 1.5km의 토지와 민가를 모두 매입해 정화작업을 벌였다. 마을 사람들은 몇 푼의 보상금을 받아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수천 년 내려온 마을이 해체된 것이다.
제련소가 들어서며 매립한 만을 다시 파헤쳐 중금속을 거둬냈다. 그 자리에 갈대와 풀들이 자라기 시작했고 움푹 패인 곳에 물이 고이자 철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이곳은 큰고니, 큰기러기, 물닭 등 철새들이 찾아와 보금자리로 삼았다. 물에 잠긴 수초들은 이들의 훌륭한 먹이가 되었다.
이곳 오염토정화지역의 활용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습지로 복원해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 서 있다. 그러나 이미 철새들의 월동지 역할을 하고 있다. 습지와 맞닿은 도로변에 가림막 설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