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떼기 -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빼떼기 -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2.04.29 06:22
  • 호수 10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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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 작가 특별초대전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빼떼기 -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빼떼기 -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마포나루에서 애오개를 넘어 한양도성으로 진입하려면 서소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서소문 밖은 예로부터 사람들이 끓는 저잣거리였다.

한편 이곳은 처형장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특히 효수의 효과가 높아 효수형이 많이 집행되었다. 김개남도 전라도에서 잡혀 처형되었지만 그의 목은 이곳에서 효수되었다 한다.

정조 다음 순조가 즉위하며 천주교도들이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신유년, 기해년, 병인년... 정약용의 조카 정하상의 부모와 형 동생 일가족이 모두 이곳에서 죽었다. 세월이 흘러 서소문 밖 염천교 일원은 천주교에서 성지로 지정했다. 로마 교황이 이곳에 와서 천주교 사상 가장 규모가 큰 시성식을 열기도 했다.

서울 중구청에서 노숙자들의 천국이었던 이곳 염천교 일원을 재개발 했다. 2019년 서소문성지박물관이 들어섰는데 건물은 모두 지하로 들어가고 지상에는 잔디밭과 나무 뿐이다. 로마시대의 카타코움을 연상케 한다.

서천과 보령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환영 작가의 전시회 빼떼기 - 한 권의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개최하는 특별초대전이다.

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김환영이 오랜 여정을 통해 하나의 그림책을 완성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빼떼기’(2017)는 불에 덴 깜장 병아리가 성장 과정에서 겪는 서러움과 아픔을 통해 생명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고() 권정생(1937~2007) 선생의 동화이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환영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농촌으로 내려가 10여 년간 직접 닭과 병아리들을 키우고 생활하며 한 권의 아름다운 그림책을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그림책 원화와 함께 제작과정의 부산물을 보여주며 빼떼기라는 역작이 제작되어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작가 생각의 흐름에 따른 결과물을 세 개의 주제로 나누었다. 1권정생과의 만남, 작품을 구상하다’, 2농촌 생활의 체득, 글과 자신을 일치시키며 작품을 표현하다’, 3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완성하다이다.

홍대 미대를 졸업한 후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자신의 생활을 작품과 일치시켜가며 그림책을 창작해 온 김환영의 예술세계는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 21일 시작한 전시회는 529일까지 열린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의 민초들의 탄압과 질곡을 상징한다. 무수한 생명이 목숨을 잃은 장소이다. 이런 곳에서 생명력을 상징하는 빼떼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주변이 어둠침침한 회랑 끝 전시벽에 그가 최근에 그린 그림 한 점이 환한 조명을 받으며 걸려있다. 아이들이 빼떼기를 감싸안은 모습이다. 그 아래에 생명력을 상징하는 민초들의 호미 한 자루가 그려져 있다.

 

▲빼떼기를 감싸안은 어린이. 아래에 생명력을 상징하는 호미가 들어가 있다.
▲빼떼기를 감싸안은 어린이. 아래에 생명력을 상징하는 호미가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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