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또 한 권의 책을 내며
■ 모시장터 / 또 한 권의 책을 내며
  • 신웅순 칼럼위원
  • 승인 2022.06.2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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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웅순 칼럼위원
신웅순 칼럼위원

시조는 한 팔백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향가에서 출발, 고려가요에서 배태, 어림잡아 지금까지 천여년이다.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함께 살아온 우리 고유의 음악ㆍ문학 장르이다. 향가도, 고려가요도, 가사도 시대와 함께 사라졌다. 시조는 천년을 살아남은 지구상에도 유례 없는 음악이자 문학 장르이다. 시조는 민족의 역사ㆍ문화ㆍ시대와 함께 면면히 숨 쉬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5권으로 마무리했다. 2002년 3월 27일 제 1 권 여말ㆍ조선 초의 시조『시조는 역사를 말한다』로 시작해, 2014년『시조로 보는 우리문화』가, 2016년 『시조로 찾아가는 문화유산』이, 2021년『문화유산에 깃든 시조』가, 2022년, 5월 25일 조선말ㆍ개화기까지의 시조『시조의 문화와 시대정신』이 마지막으로 출간되었다. 그럭저럭20여년이 걸렸다. 총 1288쪽에 500여편의 시조가 언급되었다.
  학술서적이라기보다는 교양 서적으로 출간되었다. 이를 토대로 한국시조문학통사를 쓰고자 했으나 포기했다. 집 사람이 말렸다.
  “당신 그러면 죽어요.”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이다. 시조문학통사를 쓰려면 필요한 논문들과 학술 서적 등  통독이 필요하다. 프레임을 유기적으로 짜야하고 시대마다 오차들을 줄여나가야 한다. 일련의 작업들이 만만치가 않다. 체력도 뒷받침 되어야하고 시간도 있어야한다. 변명 같지만 나에겐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무엇보다도 예술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섯권으로 시조문학 통사를 대신하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편했다. 몇 가지 낼 책이 있기는 하나 일단의 학문은 이것으로 마무리 할 생각이다.  
  제 5 권 필자의『시조의 문화와 시대정신』책머리 일부이다.
  
      조선 후기는 시조 분야에서 보면 가객들의 가집 편찬과 기녀들의 연모지정, 작자 미      상의 장시조들의 해학과 풍자가 주류를 이룬 시대였다. 이 책에서는 김천택, 김수장, 박      효관, 안민영, 송계연월옹 같은 가객들의 시조와 소백주, 다복, 구지, 매화 같은 기녀들      의 시조 그리고 무명의 장시조들을 다루었다. 여기에 덧붙여 고시조의 마지막을 장식한      개화기 시조를 소개했다. 개화기 시조는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제대로 시조로써      대접을 받지 못했고 시조로서의 반열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개화기 시조는 고시조      와 현대시조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냈으며 시대 정신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문학 장르      였다. 필자는 이에 개화기 시조를 고시조의 마지막 반열에 올려놓았다.

  나는 인기가 없는 시조를 반세기나 붙들며 살아왔다. 노력에 비해 결과는 너무나 빈약했던 것 같다.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시조를 음악도 하고, 학문도 하고, 창작도 했다. 정가 음악은 5,6년 전에 내려놓았다. 얼마 전 책『정가이야기』를 끝으로 일단의 마무리를 지었다. 많이도 미흡했다. 이제 긴 여정인 시조학문을 내려놓고자 한다. 부족한 것이야 말할 수가 없다. 
  그동안 나의 시ㆍ서ㆍ화는 반세기를 어둠 속에서 살았다. 한 번 주어지는 목숨이다. 아직도 눈이 멀지 않았고 귀가 먹지 않았으니 참으로 고맙다. 입이야 열리지 않아도 좋다. 이제 하고 싶은 나의 예술, 먼지를 털어가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십여년 전 첫 책이 나왔을 때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책이 좀 팔렸으면 좋겠다. 작가와 독자간의 소통이 필요한데 출판사에서 책이 잘 안팔린다고 해서 걱정이다. 
  책을 낼 때마다 허전하다. 시조 한 수 읊는다. 마음의 시조 한 수 받아주는 아양(峨洋)지우가 있으면 좋겠다. 그립다.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산새는 아득한 곳 
  물새는 적막한 곳 

  거기에서 지저귀는 걸 
  하늘, 땅도 몰랐다  

  그것이 그리움인 줄 
  그것이 외로움인 줄 
            - 묵서재 일기 41

고려 말에서 조선 말까지의 필자의 시조문학 서적 
고려 말에서 조선 말까지의 필자의 시조문학 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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