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축제 프로그램은 천편일률이다. 트로트 가수들은 이맘때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게 틀림없는데, 불꽃놀이 축포를 제작하는 화약회사도 무척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이맘때 “끼룩끼룩” 구만리 하늘을 기르며 날아오는 기러기를 비롯한 철새들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정한 세계 철새의 날(World Migratory Bird Day)인 지난 10월 8일, 105만 시민이 운집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렸다. 해마다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을 ‘세계 철새의 날’로 정한 UNEP는 올해 구호로 “새들을 위해 불을 꺼주세요!”였다고 전한 한 언론은 인공 조명으로 새들의 이동에 심각한 피해를 안긴다고 덧붙였다. 한강 하구에 도착한 멸종위기종 큰기러기는 멀리서 번쩍이는 불꽃에 얼마나 긴장했을까?
한강공원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흰꼬리수리, 큰기러기, 황조롱이를 비롯해 50여 철새가 찾는 월동지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새해 불꽃놀이로 수백 마리의 새가 죽었고 미국 조류보호단체 ‘오듀본 협회’(National Audubon Society)는 911 희생자 추모를 위해 상공에 비추는 거대한 ‘추모의 빛’으로 해마다 16만 마리가 희생된다고 주장한다. 많은 희귀 조류는 물론, 최근 수달이 찾아오는 한강 밤섬의 동물은 안전했을까? 규모 키우며 화려해지는 불꽃놀이로 쓰레기 몰살을 앓는 우리는 불꽃놀이가 조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
가을이 깊어지면 가로수는 알록달록한 털실 옷을 입는다. 겨울에 따뜻하라고 씌웠을까? 털실은 터무니없다. 가을 다가올 때 땅바닥 근처에 짚으로 단단히 감싸야 옳다. 곤충의 알이나 번데기가 겨울에 모이도록 짚을 두르는 것인데, 털실이라니. 이른 봄에 짚을 태우며 알이나 번데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미관을 위해 가로수에 예쁘게 씌운 털실 옷은 이듬해에 재활용할 게 틀림없다. 털실을 씌운다고 나무가 위험해지는 건 아니지만, 연말연시에 작은 전구들을 뒤집어쓴 나무들은 다르다. 휴식과 수분을 잃는 만큼 위험해진다.
“이러다 다 죽어!” 하는 제목으로 지나친 불꽃놀이를 유일하게 경고한 언론, <한겨레> 신문은 2020년 체코 자연보호청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물새, 맹금류, 까마귀들은 불꽃놀이의 음향과 시각에 민감하게 반응해 심박수 증가, 불안, 탈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폭죽이 발사되면 갑자기 500미터 상공으로 빠르게 비행하는 새들을 관찰한 네덜란드 2010년 분석도 덧붙였다. 서울세계불꽃축제로 얼마나 많은 새들이 고통받았을까? 10월 전국에서 요란했던 불꽃놀이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천편일률 축제에 주민이 시큰둥해하자 지자체마다 새로운 내용을 고민한다는데, 축제는 멍석을 까는 지자체보다 참여하는 주민이 주관해야 흥이 돋는다. 지원하되 참견하지 않는 문화정책은 중앙정부의 몫에서 그칠 리 없다. 지역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축제를 주민이 능동적으로 열어야 의미가 크지만, 거기에 생태계를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 자연의 오랜 이웃인 동식물의 희생을 외면하는 축제는 삼가야 옳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