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신뢰를 잃은 군집행부와 군의회
사설 / 신뢰를 잃은 군집행부와 군의회
  • 뉴스서천
  • 승인 2022.12.23 01:23
  • 호수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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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에 서천군청과 군의회에서 일어나는 어수선한 일들이 기록되고 있다. 20일에는 군수실에서 한 군의원과 군 집행부 간부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언쟁이 있었다 한다.

이로 인해 군의회 의원이 공적인 일로 군수실을 찾았고 이 자리에 군청 공무원이 불려 들어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는 상식을 벗어난 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고, 이를 각각 별개의 독립된 기관에 분담시켜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정치조직의 원리를 채택해 이를 헌법에 규정해놓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이같은 권력 상호간의 견제장치가 있었다. 조선시대 정치 권력은 1차적으로 왕권과 신권의 분립 양상으로 나타났다. 신하는 왕권을 견제하고 왕은 신권을 견제했다. 또 신권 내부에서도 어느 한 사람이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도록 서로가 서로를 제어했다. 이렇게 여러 권력체들 사이에서 견제와 균형의 정치역학이 작동하는 데 핵심적 기능을 했던 것이 대간, 감찰, 그리고 암행어사 제도다. 사림파 영수 조광조, 주자학의 퇴계 이황, 목민심서를 쓴 정약용. 이들이 모두 암행어사였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우리 선조들은 왕권과 신권을 견제함으로써 국가의 기틀을 다지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려고 노력했다. 범죄자에 대한 기소권도 사헌부, 의금부, 포도청 등에 나뉘어 있었다.

이같은 뿌리깊은 권력간의 견제장치가 유신헌법으로 무너져 민주주의의 큰 위기를 불러온 바 있다. 1227일 박정희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한편 유신헌법을 공포함으로써 유신체제는 수립되었다. 이로써 정치체제가 대폭 정비되고 통제기제가 강화되어 집권세력은 막강한 사회통제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유신헌법은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이라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대한 전면부정과 대통령에게 권력집중 및 반대세력의 비판에 대한 원천봉쇄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권력기관간의 상호견제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요체인 것이다.

이같은 원리 지방자치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군민들은 군수와 군의원들을 직접선거로 선출해 권력을 분산시켜 상호 견제토록 함으로써 군 살림을 잘 해달라고 위임했다.

그런데 이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의심받는 일이 지난 20일 군수실에서 발생한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본분을 지키고 군민으로 위임받은 권력을 충실히 수행하여 군민들의 신뢰받는 군 집행부와 군의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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