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왜 뻔한 투표를 했을까
농민들은 왜 뻔한 투표를 했을까
  • 공금란
  • 승인 2004.04.09 00:00
  • 호수 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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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개방 준비 멀었다” 쌀개방 반대 문서화
지난 1일 장항농협에서 실시된 ‘쌀개방 찬·반을 묻는 마서면 농민투표’ 개표에 참가한 한 봉사자가 농민회에 “농민이라면 쌀개방을 다 반대할텐데 투표의 의미가 뭐냐”고 물었다. 이에 최용혁 서천군농민회 사무차장은 “농민의 정확한 뜻을 정확히 정부당국에 전달하는 자료가 된다”며 “이를 토대로 쌀개방 반대 투쟁에 적극 나설 힘을 얻었다”고 답했다.
올해는 UN이 정한 ‘쌀의 해’이다.
세계 30억 인구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쌀농사를 제일 먼저 짓기 시작한 곳이 한반도라는 자료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94년, 쌀개방에 대한 10년 유예기간이 끝나고 재협상을 하는 해로 ‘쌀‘이 17대 총선 못지 않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 농민 75%가 쌀농사를 짓고 있으며 우리나라 식량자급도가 27%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식량이 곧 무기’라는 인식으로 “쌀은 무역협상 품목이 될 수 없다”는 게 농관련 단체들의 주장이며 식량으로 인해 우리의 주권을 미국에 넘겨준다는 우려이다.
실제로 80년 우리나라의 냉해피해로 쌀이 부족하자 미국은 당시 가격의 5배, 5년간 지속 수입조건을 내건 미국의 요구에 응했던 사실과 국제 쌀 가격이 2002년 t당 286달러에서 2003년 477달러로 껑충 오른 사실로 입증된다.
쌀 협상의 주된 내용은 수입의 관세화 자유무역이냐 의무도입이냐로 관세화 도입시 400%의 관세가 적용되면 80kg 한가마에 16만원 선, 그러나 미국은 25%관세를 요구 가마당 5만원 미만이 예상된다. 또 의무도입은 5%관세로 국내 쌀소비량의 8∼20%를 수입해야하며 전량 국내소비 원칙으로 미국은 15%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 농업엔 두 경우 모두 득이 없다.
반면 정부는 쌀개방 절차를 밟아가면서 논농업직불제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흉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000년 농협중앙회 자료에 의하면 각국의 지불금비율은 미국 47%, 스위스 55%, 유럽연합 48%, 우리나라는 2%에 그치고 있으며 2004년에도 5%를 초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농민들의 주장대로 정부가 ‘눈가리고 아옹한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서천군 농민회는 “정부나 기업의 ‘쌀개방을 해야 공산품 수출의 길이 열린다’는 식의 논리는 식량주권을 가지고 있을 때 통하는 것이다”며 국민들이 ‘쌀개방’ 이후의 식량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저런 자료에 의하면 우리정부는 아직 ‘쌀개방’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그동안 각종 집회에서 목소리만 높혀 왔던 농민단체들이 ‘쌀개방 찬반을 묻는 농민투표’를 속속 진행하는 데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국제적으로 한국 국민들이 쌀개방을 반대한다는 적극적인 설득자료를 정부에 제공한다는 것과 농민들 스스로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농관련 단체들은 이를 토대로 ‘쌀개방’ 반대의사의 문서적 토대를 마련하고 농업기반이 무너지면 농민실업자가 양산되며 결국 실업률이 급증, 경제혼란이 가중된다는 설득을 통해 국민투표로 확대시키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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