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환의 낱말여행 (28) / 삼돌이
■ 박일환의 낱말여행 (28) / 삼돌이
  • 박일환 시인
  • 승인 2022.12.30 13:30
  • 호수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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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명사가 된 사람 이름
박일환 시인
박일환 시인

사람 이름도 시대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다. 예전에는 철수나 영희 같은 이름이 흔했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다소 촌스러운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양반이 아닌 사람들 이름을 살펴보면 갑돌이나 갑순이처럼 대충 갖다 붙인 이름들도 많았다. 머슴살이하는 이들이나 노비에게는 돌쇠나 언년이 정도로만 불러줘도 과분한 편이었고.

국어사전 안에 유명인이 아닌 보통 사람 이름도 꽤 나온다. 그중 두 명만 소개한다.

소대성(蘇大成): 고전 소설 <소대성전>의 주인공 이름으로, 잠이 몹시 많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엄천득(嚴千得): 가게 물건을 난잡하게 진열하였다는 옛날 상인의 이름.

이런 이름들은 소대성이 모양으로 잠만 자나’, ‘엄천득이 가게 벌이듯같은 속담을 이루어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사람 이름이 들어간 바람도 있다.

손돌이바람(---): 음력 1020일경에 부는 몹시 매섭고 추운 바람. 고려 시대, 왕이 강화로 피란할 때 손돌(孫乭)이란 사공의 배에 탔는데, 왕이 그를 의심하여 죽인 후 해마다 그 즈음이 되면 추워지고 큰 바람이 분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나온 풀이인데, ‘손돌풍(孫乭風)’ 혹은 손돌이추위라고도 한다. 풀이에 나오는 내용은 전설에 가까우며, 손돌이 실제 존재했던 사람인지도 확실치 않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오래도록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손돌이바람이 분다는 김포와 강화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닷길을 지금도 손돌목이라는 지명으로 부른다.

손돌이와 형제지간처럼 들리는 삼돌이가 국어사전 안에 있다. 언뜻 들으면 마당쇠 노릇 하는 사람 이름으로 들리지만 풀이는 다르다.

삼돌이(--): 감돌이, 베돌이, 악돌이를 통틀어 이르는 말.

풀이에 나오는 세 명의 돌이가 각각 표제어로 올라 있다.

감돌이: 사소한 이익을 탐내어 덤비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한곳으로 감돌아드는 물에 비유하여 생긴 말이다.
베돌이: 일을 하는데 한데 어울려 하지 않고 따로 행동하는 사람.
악돌이: 악을 쓰며 모질게 덤비기 잘하는 사람.

셋 다 남들에게 미움받기 딱 좋은 행동을 하는 이들을 가리키며, 베돌이는 배돌이라고도 한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삼돌이 같은 사람 대신 꾀돌이, 차돌이, 날쌘돌이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차돌이는 국어사전에 없지만 꾀돌이는 대부분의 국어사전에, 날쌘돌이는 <우리말샘>에 올라 있다. , ‘공돌이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달고 국어사전 속에 들어 있는데, 그런 차별 표현은 사용하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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