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 결국 ‘숲’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죽어 결국 ‘숲’으로 돌아간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3.01.11 22:56
  • 호수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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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에 제2국립수목장림 ‘기억의숲’ 개장
▲국립기억의숲 정문
▲국립기억의숲 정문

소작농 바흠은 땅만 있으면 아무것도(가령 악마라던가) 두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땅에 집착하던 중 바시키르 부족 사람들이 헐값에 땅을 넘긴다는 소문을 듣고 그들을 찾아간다. 그들의 땅을 파는 방식이 독특한데,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해가 뜨면 출발해서 해가 지기 전까지 처음 장소로 돌아오면 그 사람이 지나온 거리만큼 땅을 얻게 되는 방식이었다. 바흠은 욕심을 부리고 무리를 하다가 겨우겨우 처음 장소로 돌아오긴 했지만 피를 토하고 죽고 만다. 결국 그에게 필요한 땅은 한 평도 안 되는 무덤뿐.”

위는 19세기 말 러시아의 문호였던 레프 톨스토이가 쓴 한 단편소설의 줄거리이다. 사람은 죽어서 한 평도 안되는 무덤으로 돌아갈 뿐인데 욕심 부리지 말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도 매장문화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을 때의 일이다.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더 이상 매장할 땅이 부족한 것이다. 현재 전국의 묘지 면적은 약 10ha로 전국토의 1%이며 전국 주택 면적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한다. 현재는 화장을 해 공원묘지 등에 안치 면적을 최소화 해 매장하거나 골분을 봉안시설(납골당)에 안치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도 매년 여의도 면적의 1.2배인 900ha의 묘지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산림을 파괴하고 들어선 묘지(뉴스서천 자료사진)
▲산림을 파괴하고 들어선 묘지(뉴스서천 자료사진)

이에 수목장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수목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나무의 뿌리 주위에 묻는 장례 방법으로 석물을 과다 사용하는 묘지·봉안 시설의 자연 훼손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2008년에 제도화된 자연장의 한 방법이다.

이러한 자연친화적인 장례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아져 2021년에는 봉안시설 안치에 이어 자연장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산림청에서는 충남 보령시에 제2 국립수목장림인 기억의 숲을 조성하고 지난해 121일 개장했다. 20188월 산림청의 수목장림 대상지 공모를 통해 보령이 선정되었고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조성사업을 맡았다.

보령시 성주면 개화리에 29ha의 부지를 마련하고 추모목 약 5000본 규모의 숲이 조성되었다. 운영기관으로 한국수목장문화진흥재단이 선정되었다.

▲안내판
▲안내판

지난 6일 뉴스서천 취재팀이 보령시 성주면 만수로 755-136에 있는 국립기억의숲을 찾아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경희 센터장을 만났다. 사설 수목장림과 대비되는 이곳 기억의숲의 특징을 물었다.

사설수목장림은 대부분 분양수익의 증대를 위해 한정된 면적에 다수 수목을 식재하거나, 인공적 경관조성과 고가의 추모목 분양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립수목장림은 운영 주체가 국가(산림청)이다 보니, 자연 그대로의 산림에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과 산림환경 기능의 증진,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장묘문화 확산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장사시설이 아닌 잘 관리된 숲의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사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운영·관리를 통해 국민 누구나 신뢰하고, 이용할 수 있는 산림복지시설입니다.”

그는 사람이 죽어 결국 원자로 분해되어 숲으로 돌아가 자연을 구성하는 한 요소가 되므로 숲속장으로 불러도 된다고 말했다. 바다로 돌아가면 바다장이 되는 것이다. 정경희 센터장은 서천 사람으로 국립생태원에서 일했던 생태주의자이다. 그는 이곳에서 숲 생태와 웰다잉(well-dying)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과 치유프로그램도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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